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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씨티은행의 카드사업부(이하 씨티카드) 인수에 손사래를 치고 있어, 매각가치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라이센스가 없는 핀테크 및 빅테크들은 관심을 보일만 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씨티카드를 검토했다가 최종적으로 인수를 안하기로 결정하면서, 매각 구도가 새롭게 짜여지는 분위기다.
시장점유율 4위권인 현대카드가 씨티카드 인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하면서 다른 카드사들의 움직임도 비슷해졌다.
우선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시티카드를 인수할 경우 점유율 1%는 큰 의미가 없다며,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중복 고객도 상당수 포함되고, 고용승계 등 여러가지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투자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현대카드와 함께 2~4위 경쟁이 치열한 삼성카드와 국민카드도 인수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삼성카드는 씨티카드에 대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며, 매물로서 매력이 없다고 밝혔다. KB국민카드도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가 없다며, 기존 고객이 일부 겹쳐 점유율 확대에 효과적이지 않다라는 설명이다.
하위권인 롯데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입장에서도 점유율 1%는 퀀텀 점프를 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한 수치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롯데카드는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되는 시점으로, 추가 인수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즉, 롯데카드 자체가 이르면 내년이나 2023년에는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매각 대상이 되는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카드도 씨티카드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 점유율 1%는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나카드도 검토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추정하는 매각가치 4000억원은 터무니 없다며 일축했다.
비씨카드를 제외한 카드 전업사들이 모두 씨티카드 인수를 외면하는 상황이다.
이는 씨티카드의 1% 점유율이 현재 시장상황에서 메리트가 없고, 매각금액이 상당히 부풀려졌다는 점도 결정적이다. 중복 고객으로 실질적인 점유율 확대도 미미하고, 연봉이 높은 급여체계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씨티은행이 통매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적잖은 걸림돌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라이센스가 없는 다른 업종, 즉 핀테크나 빅테크쪽에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은행, 보험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카드사업 진출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한테는 씨티카드가 매물로서 큰 매력이 없다”며 “라이센스가 없는 곳에서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업 진출에 적극적인 핀테크나 빅테크 기업들이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