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비공개 자리서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김기남 부회장 "반도체 투자, 총수 있어야 신속한 의사결정 가능"문 대통령 "기업 대담한 역할 요구된다는 점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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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 그룹 대표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건의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며 국민들의 공감대도 많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낮 4대 그룹 대표를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한미정상회담 결과 공유 및 건의사항을 들었다.

    5분 동안 진행된 공개 환담에서는 문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1시간 30분여 동안 비공개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4대 그룹 대표들은 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에둘러 건의했다. 

    최 회장이 언급한 '경제 5단체장 건의'는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이 지난달 청와대에 제출한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뜻한다. 5대 경제단체장들은 지난 4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청와대에 정식 건의한 바 있다. 

    이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는 대형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보탰고, 다른 대표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경제 5단체장 건의가 무슨 의미인지를 물었고 최 회장은 “이 부회장 사면”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들의 발언을 경청한 문 대통령은 "(기업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며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또한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며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번 자리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언급되면서 사면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전후해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4대 그룹 총수와의 공개 환담에서는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양국의 경제협력에 대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관계는 기존에도 튼튼한 동맹이었으나 이번에 폭이 더 확장돼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최첨단 기술 및 제품에서 서로 부족한 공급망을 보완하는 관계로 포괄적으로 발전해 뜻깊다"며 "미국이 가장 필요한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고 우리 4대 그룹도 미국 진출을 크게 확대할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대 그룹을 지목한 것도 언급했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총 44조원 규모에 달하는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한 4대 그룹 관계자들을 호명하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소개한 것이 하이라이트"였다며 "우리 한국 기업들의 기여에 대해서 아주 높은 평가를 해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