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스팩2호·SK4호스팩·신영스팩6호 등 스팩주들 주가 널뛰기코스피 횡보에 자금 몰리며 호재 상관없이 이상 급등…우선주 광풍 재현상투 잡은 투자자들 손실 우려…고가 스팩 합병 실패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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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투기 양상으로 이어졌던 우선주 '폭탄 돌리기'가 이젠 스팩주로까지 붙은 모습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부 스팩 주가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널뛰기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293% 상승했던 삼성스팩2호는 지난 2일 하루 새 16% 급락했다. 같은 기간 60% 넘게 상승했던 SK4호스팩과 SK6호스팩도 하루 만에 주가가 29% 넘게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79% 급등한 신영스팩6호은 이틀 새 56% 급락했다가 3일 오전 9시50시 현재 29%대 폭등 중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한 서류상의 회사다. 스팩이 설립되면 공모(IPO)를 통해 상장하고, 이후 코넥스 상장법인 등 코스피·코스닥 비상장 기업과 합병을 추진해 존속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스팩은 IPO 공모 청약보다는 진입이 쉽고, 기간 내 합병에 실패하는 경우 투자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코스피가 5개월 가까이 횡보 흐름을 보이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합병 호재를 기대하며 스팩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팩 열풍은 지난달 삼성스팩2호의 합병 소식이 도화선이 됐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관련 기업 엔피와 합병을 공식화한 가운데 넷플릭스가 메타버스 구독형 게임 서비스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문제는 합병과 관련한 특별 이슈가 없으면서도 전반적으로 스팩주들의 가격이 높아지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명확한 호재 없이도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던 우선주 열풍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연초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우선주 투자로 재미를 본 투자자들의 우선주 폭탄돌리기가 다시 이어졌었다.

    대부분 보통주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매수가 가능하고, 추가 배당을 진행하는 기업도 있어 수익률이 높지만 거래 물량이 적어 세력이 개입하기 쉽다. 스팩도 특성상 자본금이 작고 상장 주식 수가 적어 적은 돈으로도 주가가 크게 좌우돼 우선주와 비슷한 성격을 보인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지난달 24일~지난 2일 시세 조종이 의심되는 38개 종목에 대한 투자 주의를 요구했는데, 이 중 33개 종목이 스팩주였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59개 스팩의 평균 수익률은 35.5%에 달했다. 1~4월 누적 평균수익률이 6.9%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이성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폭발적 상승"이라면서 "합병과 관련된 특별한 이슈가 없음에도 전반적으로 스팩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 과열"이라고 지적했다.

    스팩이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투자금을 반환받는다. 공모가(2000원)는 보장받지만 소위 '상투'(주가변동의 폭이 클 때 가장 고가권의 주가 수준)를 잡은 투자자들에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폭탄 돌리기 끝에 누군가는 그 폭탄을 떠안는 셈이다. 때문에 이상 급등한 스팩주에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손실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거래소는 최근 스팩 과열 현상과 관련해 스팩 합병 성공률은 69% 수준으로 합병에 실패할 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팩 가격이 높을수록 비상장기업 주주들의 지분율이 낮아져서 합병 성공에 불리하다. 지난 2010년 이후 상장됐다가 사라진 스팩 145개 종목 중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100개 종목, 나머지 45개 종목은 상장폐지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가 고가에 스팩을 매수했다면 스팩이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고 상장폐지될 경우 매수 금액 대비 반환 투자금 차이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