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임단협 공전노사 노노갈등으로 번져잇따른 산재, 도크 중단에 수천억 매출 손실대우조선 합병도 기약없어
  • 연내 상장을 앞둔 현대중공업이 노사갈등에서 파생된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3년째 답보상태인 노사 협상이 노노(勞勞) 갈등으로 번지는 데다, 각종 산재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대우조선 인수절차도 지지부진해 상장 절차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6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6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 측은 한국투자증권 등 상장 주관사를 통해 하반기 상장 일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5조원 가량으로 평가되는 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 중 20%를 신주로 발행해 실탄 1조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결산 자산은 총 13조7996억원으로 부채 8조4388억원을 제외한 순자산은 5조3608억원 수준이다.

    이를 고려할 때 현대중공업의 1조원 자금 마련 계획은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PBR이 0.7에 불과해 이를 대입할 경우 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는 4조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PBR을 상장가능 수치인 0.9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실적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오토바이로 경적시위를 벌이고 있다ⓒ현대중공업 노조
    ▲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오토바이로 경적시위를 벌이고 있다ⓒ현대중공업 노조
    다행이 1분기 실적은 675억원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PBR도 0.86으로 올라섰지만 악재는 남아 있다. 고질적인 노사갈등이 3년째 진통을 거듭하고 있어 실적 개선세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 측은 임금 12만원 가량의 인상을 포함한 올해 임금협상안을 마련하고 사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측은 2019년과 2020년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 지은 뒤 올해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교섭 시작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간의 임단협 교섭은 노조가 제시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두 차례나 부결되면서 답보상태다. 조합원 투표 부결에서 불거진 노노 갈등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홈페이지에는 "2차 부결 이후 노조 집행부는 결렬 선언도 못하고 세월만 보내고 있다"며 "노조가 현장의 절규에 귀를 막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어렵게 마련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로 부결되면서 집행부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류가 있다"며 "사측이 추가적인 협상안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고강도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연합뉴스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연합뉴스
    계속되는 산업안전재해도 발목을 잡는다. 지난달 8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용접작업을 위해 이동 중 20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등 최근 5년간 벌어진 중대재해는 27건에 이른다. 고용노동부는 이후 현장 특별감독을 벌여 지난달 10일부터 토크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총 20여일간의 도크 작업 중지로 현대중공업은 수천억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문제도 악재의 연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분기 2325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129억원의 적자를 봤다. 올해 수주목표의 절반 이상을 달성한 빅3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과는 달리 수주 실적도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기업결합심사 중인 EU집행위원회도 2019년 12월 심층심사에 돌입한 이후 2년째 이렇다 할 진척상황이 없다. EU집행위가 눈여겨보는 지점은 현대중공업의 LNG운반선 시장 독점 여부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기업결합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오는 9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앞에서 매각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의 상장은 100% 지분을 가진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지주사의 기업가치 할인율이 30% 가량 반영될 수 밖에 없다"며 "만약 현대중공업 IPO 이후 내년 현대삼호중공업 IPO까지 이어지면 할인율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