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곡1구역-광주광천-신당8구역 등 조합원-시공사 갈등론칭 당시 희소성 표방, 적용범위 확대로 의미 퇴색하이엔드 브랜드 요구 늘어…브랜드 활용 신중해야
  • ▲ 현대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대우건설 하이엔드 브랜드. ⓒ 각 건설사
    ▲ 현대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대우건설 하이엔드 브랜드. ⓒ 각 건설사
    건설사들이 론칭한 하이엔드 브랜드로 속앓이중이다. 재건축·재개발조합들이 애초 계약과 달리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요구하며 시공사 교체 으름장까지 놓는 탓이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에서 롯데·한화건설 시공사 교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일부 조합원들이 시공사 해임 동의서를 징구중이다. 비대위와 조합, 시공사 갈등은 하이엔드브랜드를 두고 불거진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신월곡1구역은 롯데건설에 르엘, 한화건설에 갤러리아 포레 브랜드를 요청했으나시공사들은 컨소시엄아파트라는 이유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자 일부 조합원들이 이를 문제 삼으며 조합 집행부 해임총회를 개최하고 시공사 재선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하이엔드브랜드 적용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갈등은 최근 정비사업지 여러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5월 광주 광천동 재개발 조합도 DL이앤씨 컨소시엄과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해말 새 조합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DL이앤씨 측에 하이엔드브랜드를 요구했으나 DL이앤씨 컨소시엄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현재 조합은 지난달 새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이엔드브랜드 유치를 목표로 세운 가운데 일부 건설사가 긍정적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구 신당8구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조합집행부가 바뀐뒤 계약금 변동없이 고급자재와 e편한세상 대신 아크로 적용을 요구했으나 조합과 시공사가 소통에 차질을 빚으면서 끝내 계약해지 수순을 밟은 상황이다. 

    이처럼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요구가 잦아지자 건설사들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분위기다. 브랜드 론칭 당시 서울 한강변, 강남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선별적으로 사용했으나 이제는 지방, 리모델링 가릴 것 없이 적용 범위를 확대중이다. 

    가장 유연하게 대처 중인 곳은 DL이앤씨다. DL이앤씨는 조합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논의와 소통에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이엔드브랜드 적용이 지역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면 충분히 아크로(ACRO)를 달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품질, 마감재 수준을 상향에 따른 공사비 증액 부분 협의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DL은 지난 3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1구역에 아크로(ACRO)를 적용하며 지방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 시공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건설도 비강남권이나 리모델링 사업지에 하이엔드브랜드 ‘디에이치‘ 적용을 검토중이다. 송파 마천4구역 재개발과 용산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수주를 위해 디에이치를 제시할지 관심이 쏠린다. 조합원 선호도가 높은 하이엔드브랜드를 활용해 경쟁이 치열한 수주전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차별화를 위해 론칭한 하이엔드브랜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결국 기존 브랜드 대체 수순을 밟게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건설사들은 4~5년전 새 브랜드 론칭 당시만 해도 고급 주거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희소성을 강조해왔다.

    일례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THE H)는 현대와 하이엔드(High-eng:고급), 하이 소사이어티(High Society:상류사회) 의미를 담아 단 하나의 이름이라는 희소성을 뜻한다. 롯데건설의 르엘(LE-EL) 역시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의 약자인 LE와 시그니엘 등 롯데를 상징하는 접미사 EL을 결합해 만든 이름이다. 최고급 한정판 주거 상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셈이다.

    하지만 최근 재건축·재개발 사업지가 줄고 시공권 확보 경쟁이 과열되자 수주를 위한 유인책으로 하이엔드브랜드가 활용되는 분위기다. 부동산 가치 상승에 있어 아파트브랜드가 중요해지자 조합원들의 요구가 많아진 것도 한몫 한다. 하이엔드브랜드 적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원래 의미가 퇴색하고, 기존 브랜드처럼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A건설사 관계자는 "몇년전 하이엔드브랜드 론칭 바람이 불때 기존 브랜드와의 충돌은 물론 상대적 박탈감, 사회양극화 등 갖가지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론칭한지 10년도 채되지 않아 하이엔드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분위기"라며 "고객들은 계속해서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할텐데 그때마다 새로운 것을 제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브랜드 활용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