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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기준이 뭐냐… 건설·조선·車·반도체, 중대재해법 '아우성'

경총, 산업계 긴급대책회의불명확한 의무범위… 이현령비현령 우려"경영책임자 보호할 가이드 라인 필요"

입력 2021-07-14 14:40 | 수정 2021-07-14 16:05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6개월을 앞두고 산업계가 비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4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산업계 긴급대책 회의를 열고 기업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전 산업군이 다양한 우려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옥외 작업이 많은 건설과 조선은 물론 원청책임범위가 애매한 자동차와 타이어 업종 등은 이대로라면 모든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을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중대시민재해 대상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도 문책대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점을 들어 재조정을 바랬다. 중소형 건설회사들은 안정보건전담조직 신설을 부담스러워 했고 주차장 등 유휴부지까지 공중이용시설 대상에 포함된 정유업종은 설정의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기업 책임자들은 하나같이 법의 모호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어디까지가 안전수칙을 충실히 만들었다는 기준이 되는지, 또 어디까지가 중대재해인지를 명시한 대목은 법령과 시행령 어디에도 없다는 얘기다. 사망 1명이상 또는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등 법적용 산재 범위만 마련됐을 뿐이다.

예컨대 반도체 생산 기업에서 암 환자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암 발병이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기인한 것으로 밝히기도 어렵지만 어떤 보건안전 환경을 마련해야 방지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불가항력적인 사고에도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직원에게 연 몇시간 이상 보건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거나 특정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등 관리소홀 기준을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 지난 1월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한 경제단체들 입장 표명 기자회견ⓒ한국경영자총협회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조선업계는 공포스럽다는 분위기다.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작업자 부주의로 일어나는 산재는 막을 수 없다는 업계 인식을 기본부터 갈아엎어야 할 처지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안전장치를 제공하고 의무교육을 이수해도 작업자가 착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아무도 대표나 안전 책임자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교육계나 보건의료계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선 학교에서 시행하는 복합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를 학교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장에게는 매독, 에이즈 등 극히 개인적 공간에서 전파되는 전염병에 대한 관리 책임도 지운다. 대한병원협회는 "환자안전법을 통해 병원 이용자에 대한 안전확보조치를 규정하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적용되면 이중삼중 규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회의에는 시행령 발표 6개월만에 시행하는 빠른 현장 적용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정부는 지난 9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발표하고 12일부터 내달 23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으로 정했다. 제정된 시행령은 내년 1월27일 50인 이상 사업장에 본격 시행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열린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식에서 "기업들이 충분히 관심을 갖고 산재를 줄였다면 과연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했겠느냐"며 기업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기업 대응만으로는 중대재해법에 대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법에 규정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성실히 실천하더라도 재해가 발생하면 처벌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종현 기자 ajh@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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