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사모펀드 제재심, 함영주 부회장 제재서 제외사모펀드 판매 당시 은행장에 책임 안 물어…이례적 조치"내부통제 의무위반으로 CEO 징계 과도"…금감원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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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의 부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책임을 놓고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절차를 밟는 가운데 제재조치 대상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함영주 부회장이 해당 사모펀드를 판매할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는데도 금감원이 하나은행과 지성규 하나금융 부회장에게만 징계를 사전통보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하나은행 ‘봐주기’ 논란과 함께 금감원이 ‘내부통제를 이유로 금융사 CEO 중징계는 과도하다’는 지적을 감안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제재심은 지난 15일 하나은행에 대한 부문 검사 조치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추후 제재심에서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판매한 라임펀드(871억원),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1100억원), 독일헤리티지펀드(510억원), 디스커버리펀드(240억원)를 모두 묶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제재심은 내부통제 부실로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지가 쟁점이다. 금감원 제재심은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최고경영자와 임직원 징계가 가능하며, 이는 금감원장 결재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된다.

    금감원은 제재심 관련 이달 초 하나은행에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판매 당시 은행장이었던 지성규 하나금융 부회장에 대해서도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함영주 부회장과 장경훈 전 부행장에 대해서는 이미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 당시 내부통제 위반의 책임을 물어 제재를 받은 만큼 이번에는 조치생략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조치 대상에 함영주 부회장과 장경훈 전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빠진 것을 놓고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함 부회장과 장 전 하나카드 대표이사는 환매중단을 일으킨 사모펀드가 대거 판매될 당시(2017~2019년) 하나은행장과 담당 부행장이었다.

    그러나 사모펀드 사태의 말미인 2019년 3월~2021년 3월까지 하나은행장을 지낸 지성규 부회장만 제재심 조치대상에 오른 것을 놓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일각에서도 이례적인 조치라는 반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 하나은행장 시절 이탈리아헬스케어 등 사모펀드를 팔았는데, 이번 제재심에는 사모펀드 사태 끝물에 행장으로 취임했던 지성규 하나금융 부회장만 조치대상으로 들어갔다”며 “이례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재심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문제가 드러날 경우 책임자에 대한 제재를 가중하는 게 일반적인데 오히려 함영주 부회장이 제재조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봐주기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내부통제를 이유로 금융사 CEO를 중징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을 자인(自認)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금감원 제재심은 DLF 사태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위반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금감원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오는 8월 20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경고 등 취소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릴 계획이다.

    내부통제 조항에 따른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CEO에 책임을 문 금감원의 제재 정당성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징계취소 등을 요구한 업계의 줄소송에 휩싸일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내부통제 마련 의무위반을 이유로 함영주 부회장에게 재차 징계를 내리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감사원이 최근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관리·감독이 미흡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점도 금감원이 징계를 엄격히 적용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DLF 관련 행정소송 결과가 내달 나올 예정인 상황에서 금감원이 패소를 염두하고 그 파장을 고려해 미리 징계 조치를 경감하는 것 같다”며 “금감원 스스로 지난해 금융사 CEO를 중징계 조치한 것이 과도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