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4% 포스코인터 "3600억 투자금 284억 남아"지분 22% 광물공사 "헐값에 팔 수는 없다"니켈값 오르면서 새 국면… 최대주주 日 스미토모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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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시작한 니켈 광산 매각을 두고 한국광물공사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총 사업비 4조5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프로젝트가 해마다 손실을 기록하면서 컨소시엄에 참여한 주체들이 갈등을 빚는 것이다. 여기에 현정부 들어 시작된 해외자원개발 사업 철수 압박이 더해져 출구없는 엑시트 전략만 반복되는 양상이다.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아프리카 암바토비 니켈 광산 지분 4%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암바토니 광산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대우인터내셔널이던 2006년 한국광물자원공사 주도로 시작된 자원개발 사업이다.광산 매장량은 1억5000만톤에 달하며 2014년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해 연간 4만톤 규모의 니켈과 3000톤 가량의 코발트를 생산 중이다. 생산되는 니켈은 순도 99.8% 이상 고품질로 배터리, 2차 전지 생산에 적합해 사업 시작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다.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사업진행은 더뎠고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0년 생산시작을 목표로 했지만, 마다가스카르 정부로부터 운영허가권을 취득한 건 2012년 9월이었다. 사업 초기 참여했던 삼성물산, 현대중공업, 현대코퍼레이션 등은 컨소시엄에서 이탈했다. 현재 광산개발권을 가진 현지 법인 DMSA/AMSA 지분구조는 광물자원공사 22.5%, 포스코인터내셔널 4%, STX 1% 등 한국 컨소시엄이 27.5% 지분을 가지고 있다. 최대 주주는 일본 스미토모사로 54.1%를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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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이 사업에 투입한 자금은 3616억원에 달하는데 현재 자산 장부가액은 284억6300만원(1분기 기준)에 불과하다. 생산시기도 늦춰진데다 2015년 조업중단, 2019년 수소공장 사고 등으로 막대한 손실만 계속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생산이 지난 3월 재개돼 다소 숨통은 트였지만 실적발표때마다 당기손실을 내는 골칫거리에서 벗어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문제는 엄청난 손실 속에서 컨소시엄을 이룬 광물자원공사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관계도 악화됐다는 점이다. 미얀마 가스전 등 성공적인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성공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가급적 빨리 암바토비 사업에서 철수하고 싶은데 광물자원공사의 저지로 번번히 좌절됐기 떄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6년에도 지분 매각에 착수했지만, 대한상사중재원에서 기각됐다.광물자원공사 측 입장은 다소 모호하다. 부실자산 청산을 내세운 정부 기조에 따라 매각 방침은 세웠지만 향후 전망이 밝은 광산을 헐값에 팔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탈출하려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을 붙잡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부터 4차례에 걸쳐 지분 매각을 시도했지만 성과를 내진 못했다.내부분열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은 우려가 깊다. 암바토니 광산은 국내 니켈 수요의 5% 이상을 책임지는 곳이다. 매각이 이뤄지면 배터리 원자재 해외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니켈값도 최근에 크게 올라 지난해 톤당 1만3000달러 수준에서 2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 니켈 공급량의 1/4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공급 주도권을 더욱 옥죄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기업은 물론 테슬라 등 국제적 배터리 수요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먼저 손을 내민다.매각된 국내 지분이 광산 최대 주주인 일본 스미토모 상사로 넘어갈 공산도 크다. 스미토모사는 사업 초기 27.5% 지분율로 시작해 엄청난 손실에도 지분율 54.1%까지 끌어올렸다. 100조원에 달하는 회사 자산을 무기로 미래 수익을 위해 버티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의 미래를 짊어진 주체들의 기싸움은 원자재 확보 전쟁에 나선 경쟁국에게 좋은 일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