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100시간 일하고 수억원 성과급 … 싸고 빨리 만들 수 밖에민주당 주52시간 예외 뺀 반도체법 강행 … 삼무원 양산할 뿐韓, 보조금도 못주면서 규제만 첩첩 … 기업들 "인재 다 떠난다"
  • ▲ CATLⓒ롷이터 연합
    ▲ CATLⓒ롷이터 연합
    "한국은 다 의대 가잖아요? 저희 회사는 칭화대 공대생 500명이 밤 11시, 12시까지 일합니다"
    "중국과 가격으로 경쟁하지 마십시오. 싸게 빨리 만드는 건 중국을 당할 수 없습니다."

    유상렬 론바이 부동사장(부회장)은 이달 서울 양재에서 SNE리서치가 개최한 '차세대 배터리 콘퍼런스(NGBS) 2025'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 부동사장은 "한국에 오면 참 답답하다, 이렇게 해서 정말 어떻게 일하냐"며 "론바이에선 프로젝트 하나를 주면 칭화대, 베이징대 나온 똑똑한 애들이 밤 11시, 12시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동기부여는 바로 돈이다. 그는 "론바이에선 현재 R&D 프로젝트 100개를 연구원 500명이 개발하고 있다"며 "등급에 따라 많게는 2억, 3억씩 받으니까 열심히 한다"고 설명했다. 

    유 부동사장은 한국인이다. 그는 삼성SDI, 엘앤에프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서 일하다 2013년 충북 충주에 양극재 기업 '재세능원'을 창업했다. 

    중국 론바이가 2014년 설립되면서 한국 재세능원을 자회사로 흡수하게 됐고, 덕분에 유 부동사장은 론바이의 공동창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론바이는 일종의 '한중합작' 회사인 셈이다.

    론바이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삼원계 양극재 점유율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2025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20대 민생의제 발표회에서 참석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이종현 사진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2025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20대 민생의제 발표회에서 참석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이종현 사진기자
    주52시간에 묶인 韓 산업

    한중 배터리 산업을 모두 겪어본 그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에코프로, 롯데케미칼 등 굴지의 K-배터리 기업 임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NGBS 2025에서 중국 배터리 산업을 "합리적"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보조금을 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근데 전기세 이런거는 (정부랑) 협상하면 싸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싸게 파는 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고 부연했다.

    중국이 '주100시간'을 통해 치고 나가는 가운데 한국에선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17일 '반도체특별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는데, 반도체 연구직에 주52시간 근무 예외를 적용하는 조항이 빠져 사실상 '속 빈 강정'이 됐다. "주52시간 예외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이재명 대표를 위시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탓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주52시간 특례는 위기에 처한 반도체산업을 살리기 위한 비상조치 법안"이라며 "한시가 급한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 처리를 지연시키겠다는 것은 국회법을 활용한 거대야당의 수의 폭거이자 반국익적 처사"라고 성토했다.

    전문가들은 주52시간 제도가 존재하는 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건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주요 테크 기업 중 '9 to 6'로 근무 시간을 못 박은 곳은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부회장은 지난달 정기주총에서 "현재 법으로는 핵심 개발자들이 연장 근무를 더 하거나 더 많은 연구 시간을 집중하고 싶어도 개발 일정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주52시간 규제는 중국의 펼치는 충분한 성과주의 도입도 막는다. 근무 시간 제한에 묶여 연구 실적을 낼 수 없으니 수억원씩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는 까닭이다. 주요 반도체 기업 한 임원은 "직원들이 근무 시간만 채우는 문화에 익숙해지면, 삼무원·엘무원(삼성전자·LG전자+공무원)만 양성할 것"이라고 했다.
  • ▲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반도체 생산 라인ⓒ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반도체 생산 라인ⓒ삼성전자
    보조금도 없는데 규제만 첩첩

    보조금도 부족하다. 이차전지 업계의 경우 IRA로 보조금을 직접 지급하는 미국, 전기료 할인 등으로 직간접적 지원을 제공하는 중국과 달리 한국의 지원은 '세금 환급'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배터리는 한국에서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있어 인건비와 재료비 등 R&D비용 일부와 설비 투자비에 대해 각각 30~50%, 15~29%의 공제율을 적용받는다. 

    배터리 호황기 땐 공제를 받아 일종의 보조금 역할을 했지만, 이젠 캐즘으로 적자를 내는 배터리 기업이 많아졌고, 낼 법인세가 없어 법인세 환급을 받지 못하는 처지다.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반도체 100조원 투자 공약도 허울 좋은 생색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많다. 한 반도체 장비기업 관계자는 "100조원이란 규모만 앞세웠을 뿐 어디에 얼마를 지원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주52시간에 묶인 핵심 인재들이 다 해외로 떠나는데 보조금도 없이 기업들이 버틸 재간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