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용산공원 용도변경 개정법률안 반대 1만건 돌파여의도 임대주택 반대시위…8·4공급대책 답보 상태
  • ▲ 서울 아파트 전경. ⓒ 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 전경. ⓒ 연합뉴스
    집값 안정화를 이유로 정부가 공급대책을 밀어붙이고 있으나 부작용이 만만찮다. 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똘똘 뭉쳐 지자체 민원, 시위 등 집단 반발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 등 국토교통위원회 의원 15명은 이달 초 용산공원 본체부지에 용도변경을 금지하는 규정에 예외를 두고 국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택지로 활용할 수 있는 예외규정을 신설해야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강병원 의원은 용산공원 반환 예정 본체 용지 300만㎡ 가운데 20%인 60만㎡를 활용해 용적률을 1000%로 높이면 8만 가구 이상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지역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 공공재개발과 재건축을 활성화하고 서울 내 유휴부지를 활용해 주택공급을 늘리려하나 주택부지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용산미군기지 반환부지는 서울 중심부에 입지하며 10개의 지하철 노선과 근접해있고, 부지 전체가 국유지라 주택공급부지로 활용하기에 적합하지만 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활용해야하는 현행법이 가로막고 있으니 법안을 수정해야한다는 의견을 발의했다. 현행 용산공원 특별법 제4조 2항에 따르면 ‘국가는 본체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함을 원칙으로 하며 본체부지를 공원 회 목적으로 용도변경하거나 매각 등 처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있다.

    입법예고가 진행되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의견수렴 마감일을 앞두고 입법예고 시스템에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1만건 이상 제출됐다.

    다른 법안들은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의견표명을 하는 경우가 저조한데 강 의원이 발의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에는 대규모 인원이 몰려 거부 의사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전문가들과 정치인들, 시민들은 용산공원이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특별법을 만들고 반환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하도록 했는데 주택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을 뒤집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한다. 

    서울 용산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용산공원 부지에 임대주택을 지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것은 초월적 발상”이라며 “지난 2008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되고 이 공간을 역사와 후손들에게 남겨주기로 합의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인상을 해결하기 위해 용산공원 내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여의도에서도 임대주택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8·4공급대책 일환으로 여의도 성모병원 인근에 일자리 연계형 공공임대주택 계획을 발표하자 단체 대응에 나섰다. 여의도 아파트 단지 외벽에 붉은 현수막을 붙이고 최근 여의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지 앞에서 반대시위를 개최했다. 여의도 주민협의회는 LH부지 철조망에 검은 리본을 다는 블랙시위를 개최하고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대아파트를 추진하는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8·4대책은 사실상 동력을 잃은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는다. 국토부가 작년 8월 4일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과천정부청사, 노원구 태릉골프장, 마포구 상암동DMC, 용산역 철도정비창, 여의도 등 수도권 곳곳에서 주민들이 공급계획 철회를 적극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대책 대신 시장에 맡기고 민간 재건축과 재개발을 활성화하는 것이 주택 공급에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A대학 교수는 "정부가 공급 부족을 이유로 임대주택만 고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격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며 "민간 재건축과 재개발을 허가하면서 공공주도 임대주택도 함께 짓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지 않으면 주민 반발에 부딪혀 공급대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