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노조, 사측 임금 협상안 찬반투표… 95% 반대최소 두자릿수 인상안 제시해야, 노조 '부글부글'해상노조 조정 가능성 불투명, 파업 찬성 목소리 높아
  • ▲ HMM 프레스티지호
    ▲ HMM 프레스티지호
    사상 초유의 국적선사 파업으로 치닫는 HMM 임금협상이 점점 더 꼬여만 가는 모습이다.

    19일 HMM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인 육상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8% 임금인상과 500% 격려금 지급에 대해 찬반투표한 결과 반대표가 95%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로 진행된 투표에는 조합원 99% 이상이 참여했다.

    사측은 전날인 8일 기존 임금 5.5% 인상과 격려금 100% 조건에서 진일보한 협상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즉각 찬반투표를 벌였다.

    격려금이 100%에서 5배 늘어난 만큼 사측은 노조가 받아들이길 기대했다. 이를 위해 경영진은 채권단인 산업은행을 지속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갈등국면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노조 측은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최소한의 협상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외부 컨설팅을 통해 제시받은 11.8%에도 못미치는 인상폭으로 직원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했다.

    육상노조는 이날 저녁 중노위 3차 조정회의에서 마지막 조정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양측 입장차가 너무 커 중노위도 이렇다 할 조정안을 제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해상노조(선원)은 20일 2차 조정에 들어간다. 1차 조정이 있었던 19일에는 양측 모두 입장차만 확인하고 마무리됐다.

    노조는 해상노조 합의가 불발되면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위행위(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갈 예정이다. 2.8% 인상에 그친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노조가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 찬성률은 97.3%였다. 이날 사측 제시안 투표결과도 압도적이었던 만큼 실제 파업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국내 유일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파업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수출대란은 물론 어렵게 가입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퇴출도 우려된다. 세계 1,2위 해운선사들은 최근 부산항 입항 횟수를 늘리며 HMM 기항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 위원장은 "선원법상 쟁의행위 제한으로 불법적인 파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산업은행이나 정부당국은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쟁의행위를 제한하고 법으로 근무를 강제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면 선원 처우 문제는 자동으로 개선돼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예처럼 부려먹고 노동3권은 물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일만 하는 직업이 21세기에 또 어디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