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연속 손익 분기점 상회수요 회복 속 美-中 공급 위축항공유 회복 등 하반기 실적 기대감
  • ▲ 주유. ⓒ정상윤 기자
    ▲ 주유. ⓒ정상윤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정유업계 손실 요인으로 작용했던 복합정제마진이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올 들어 석유화학제품, 윤활기유 등으로 실적을 개선하고 있는 정유업계는 본업인 정유 부문의 회복으로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9월3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전주대비 배럴당 0.8달러 상승(15.3%)한 6.0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6달러를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0월1주 6.4달러 이후 2년여만이다.

    이달 들어 등유와 경유 중심으로 상승세를 지속하며 첫째 주 5.2달러와 둘째 주 5.2달러에 이어 3주 연속 5달러를 넘어섰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송 비용 등을 뺀 값으로, 정유사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정유사 손익 분기점은 통상 4달러 안팎이다. 이를 밑돌면 손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정유업계는 초유의 어려움을 겪었다.

    전방 산업이 약세를 보이면서 원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산유국들이 감산에 나섰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하며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가 하락과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정제마진 역시 약세를 보였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3월 이후 손익 분기점 밑으로 하락해 한때 13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정유업계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지적됐다.

    올 들어 유가 상승과 원유 수요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제마진이 서서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회복 속도가 더뎌 지난달까지도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는 못했다. 지난달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3.2달러였다.

    최근 정제마진이 증가한 것은 글로벌 경제 회복으로 등유, 경유 등 소비가 증가한 가운데 공급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북동부 지역에 상륙하면서 주요 정유사들이 설비 가동을 중단, 석유제품에 대한 일부 공급 차질이 빚어졌고, 중국 정부가 탄소 배출 감축을 목적으로 자국의 석유제품 수출 쿼터를 줄였다.

    중국의 경우 올 하반기부터 일부 민간 석유 정제시설에 대해 원유 수입 쿼터를 전년대비 35% 줄였다. 그러면서 중국의 8월 석유제품 수출은 전월대비 19% 감소했다.

    국내 정유사 역시 코로나19 이후 설비 가동률을 70%로 낮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 SK 울산CLX. ⓒ성재용 기자
    ▲ SK 울산CLX. ⓒ성재용 기자
    이런 가운데 휘발유와 경유 등 운송유를 중심으로 석유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EIA)가 공개한 하루 평균 세계 석유 수요는 △2020년 2분기 9180만배럴 △3분기 9140만배럴 △2021년 1분기 9240만배럴 △2분기 9440만배럴 등으로 늘고 있다.

    하반기 들어 백신 접종률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올라가며 석유 수요는 내년 2분기부터 1억배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유 수요 회복까지 본격화되면 정제마진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이 유가와 마찬가지고 전약후강의 흐름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유가 변동 영향이 아닌 펀더멘탈 측면의 개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중국의 공급 감소가 뚜렷한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석유 수요 회복을 통한 정제마진 반등이 당초 예상보다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유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부진하지만, 경유는 이미 개선세를 보이는 만큼 향후 정제마진의 추가 상승 역시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환경 규제로 석유제품 수출이 대폭 줄어든 것이 핵심 요인"이라며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의 원유 재고가 낮은 상태인 데다 성수기가 다가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정제마진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연간 5조원대 적자를 냈던 정유업계는 올 상반기에만 재고평가 이익, 석유화학제품 및 윤활기유 호조 등으로 4조원 가까운 이익을 냈다. 여기에 정제마진 개선에 따른 이익이 더해지면 하반기에도 호실적이 기대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조9179억원, 에쓰오일은 2조14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올 상반기에만 각각 1조118억원과 678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인 비상장사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상반기보다 영업이익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허리케인 피해로 글로벌 설비 가동률 회복이 더 지연되면서 공급이 줄었다"며 "유가 상승, 백신 접종 확산, 드라이빙 시즌 진입 등과 맞물리면서 전반적인 정유 수요 증가세가 정제마진 상승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조한 정제마진에도 상반기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던 만큼 정제마진 회복은 당분간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