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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심평원 눈치 보느라 항암 치료 지연”… 어느 암환자 가족의 하소연

췌장암 2차→ 3차 치료 전환 과정서 ‘삭감 문제’ 발목심평원 “급여기준 입각한 심사” VS 의료계 “비급여 압박 때문” 내일(1일)부로 삭감 풀리지만 환자에게 남은 건 상처뿐

입력 2021-09-30 15:36 | 수정 2021-09-30 16:06

▲ ⓒ연합뉴스

췌장암 환자 A씨는 임상소견과 검사 수치상 근거가 명확한데도 항암제 처방을 받지 못했다. 소위 ‘삭감 환자’라는 오명이 씌워진 탓이다.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항암제 급여기준과 이로 인한 진료비 삭감 때문에 ‘방어 진료’를 해야만 했던 의료진과 등 떠밀린 환자 사이에서 벌어진 촌극이다. 

최근 본지를 통해 A씨의 가족은 “췌장암 2차 항암치료(젬시타빈+아브락산)를 진행하던 도중 전이가 생겼고 ca19-9(소화기계 종양표지자 검사) 등을 통해 3차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들었음에도 치료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심평원이 진료비를 삭감하고 있어 병원 측의 손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계명대동산병원에서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2차 치료를 15차까지 진행했으나 더 이상 치료를 이어가지 못했다. 

당시 A씨의 가족은 해당 병원에 전액본인부담인 비급여를 통해서라도 3차 약제인 ‘오니바이드’로의 교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차 치료 관련 삭감문제가 풀려야만 정상적 처방과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병원 측이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급여기준을 벗어난 ‘임의비급여’ 처방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했다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상 불법으로 간주될 소지가 있어 추후 의료기관에 불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 심평원, 3차 치료 진행 여부는 의사의 판단

애초에 A씨의 경우는 1차 치료로 ‘폴피리녹스’ 20차를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진행한 후 계명대동산병원에 전원해 2차 치료를 받았던 것인데, CT 판독서에 명확한 근거가 보이지 않아 삭감을 처리했다는 것이 심평원 설명이다. 

암환자가 항암제를 교체하려면 종양의 크기가 안정병변(SD)인지, 질병이 진행(PD)되고 있는지를 따진다. 안정병변의 경계 판별이 논란의 중심이며, 통상 20% 이상이 될 경우가 급여기준에 부합하는 조건이 된다. 

이러한 문제가 얽혀있어 2차 약제 삭감이 진행된 것인데, 해당 병원이 심사 재심의 신청, 이의신청을 거쳐 적절한 급여행위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었기 때문에 3차 치료로의 전환은 별개의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심평원 측은 “2차 치료 삭감에 대한 이의신청이 들어갔다고 해도 적절한 급여기준을 통해 치료를 진행한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3차 치료를 진행해도 무방했다”며 “촌각을 다투는 환자 치료가 우선이었으면 제도 탓이 아닌 판단대로 진행해야 했다”고 언급했다.

◆ 담당교수 “삭감을 맞으면서 소신진료” 

A씨를 담당했던 B교수는 “삭감이 통보되는 상황에서 환자 치료를 위해 이를 감수하고 2차 치료를 15차까지 진행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병원 입장에서는 삭감이라는 조치가 자체가 쌓이면 경영적으로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기 위한 방법을 택하게 된다. 그런데도 해당 교수는 A씨의 치료를 위해 소신을 다했다는 주장이다. 

환자의 상황과 급여기준이 불충족되는 부분을 최대한 맞춰가며 진료를 진행했고 이에 대해 재심의, 이의신청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2차 치료 삭감이라는 판정이 이어질 경우, 3차 진행 시엔 병원에 더 큰 부담이 전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섣부른 선택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계명대동산병원의 이의신청은 받아들여졌다. A씨의 2차 치료는 적절한 급여기준에 입각했다는 점을 심평원도 인정했고, 내일(1일)부로 그간의 삭감은 풀릴 예정이다. 

◆ 핑퐁게임의 희생양은 환자 

9월 한 달간 A씨와 가족들은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았다. 아무런 불법적 행위를 한 적이 없는데도 치료를 멈춰야만 했던 가혹한 시기를 보냈다. 삭감을 방어하기 위해 병원의 요구대로 관련 자료를 준비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심평원 국민신문고 민원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의 가족은 “췌장암이라는 무서운 질병의 두려움이 있는 상태에서 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도 치료를 진행하지 못했던 것은 환자를 절벽으로 밀어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적으로 삭감 환자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답답함은 가중되고 있다. 현재 A씨는 타 병원으로의 전원을 준비 중인데 여기서도 진료를 거부할까 우려돼 삭감 환자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비공식적 서류를 모두 확보한 상태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심평원은 급여기준대로 업무를 처리했고, 병원은 피해를 보면서 환자를 진료했다. 모두 올바른 일을 한 것인데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으로 남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행 의료기관-심평원 간 업무로 규정된 진료비 삭감과 이의신청 과정에서 환자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환자에게도 삭감 시 발생하는 절차와 과정을 고지하도록 하고, 만약 환자가 치료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참여해 구제 활동이 가능토록 법과 제도를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근빈 기자 ray@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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