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지난달 전셋값 2.4% 올라 4년8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임대차3법 도입후 전세매물 부족현상과 이중가격 현상 짙어져정부 뾰족수 없어…표준임대료 등 거론되지만 시장혼란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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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연말까지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못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표준임대료' 도입이 거론되고 있지만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6일 통계청이 내놓은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집세(전·월세)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 상승했다. 특히 전셋값은 1년전과 비교해 2.4% 올라 2017년 11월(2.6%)이후 4년8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월세도 0.9% 올라 2014년 7월(0.9%) 이후 7년2개월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전·월세 가격 상승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임대차3법 시행과 연관된다는 분석이 많다. 계약을 갱신할때 임대료 상승 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와 기존 2년인 임대차 계약을 한번 더 연장해 4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한 계약갱신청구권제로 임대차 매물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주인들이 전·월세 신규 계약을 할때 4년후까지 내다보고 보증금을 크게 올리면서 신규계약과 계약 갱신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이중가격' 현상도 짙어지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3건이 12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같은기간 같은 평형대의 다른 매물은 6억8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전셋값이 두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게다가 1년새 전세가격도 크게 올랐다.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6월 이 단지 같은 평형의 전셋값은 8억원에서 10억원 사이였다. 1년만에 2억~4억원이 오른 셈이다. 신규 계약을 하면서 집주인이 미리 가격을 올려받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은마' 전용 76㎡은 지난달 최고가인 10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같은 평형대의 다른 가구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억7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이중가격 현상은 지난해 새 임대차법 도입 이후 시장에 나타난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올해 연말께 추가적인 전세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전세 시장의 신규계약과 갱신계약 간 임대료 격차가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을 언급하면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적정 수준의 표준임대료를 산정하는 '표준임대료' 카드를 꺼내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전월세신고제가 본격 시행된지 몇 달 안 된 상황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정한 임대료를 산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준 임대료가 시세보다 너무 낮게 책정되면 임대매물 자체가 급감하거나 암시장이 형성될 수도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표준임대료 등 규제 대책을 내놓으면 또다시 불법적인 거래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임대차법 시행 등 부동산정책 실패로 서민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