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에 판매중단 요구조합원들에겐 "캐스퍼 판매 관여하지 마라"'밥그릇 지키기'… 여론 싸늘
  • ▲ 현대차 노조가 캐스퍼의 온라인 판매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
    ▲ 현대차 노조가 캐스퍼의 온라인 판매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
    현대자동차 판매노조가 사측에 경형 SUV ‘캐스퍼’의 온라인 판매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자동차 업계에서 비대면 방식의 판매가 확산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노조의 요구는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판매노조는 캐스퍼의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캐스퍼가 출시된 지난달 29일 성명서에서 “캐스퍼의 인터넷 판매가 6000여명의 영업직원들의 고용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면서 “노조는 전 조합원의 고용이 걸린 중차대한 갈림길에 있음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판매노조는 전 조합원들에게 캐스퍼 판매행위에 대해 일체 관여하지 말라는 투쟁 지침을 하달했다. 고객이 대리점에 방문해 캐스퍼에 대한 문의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광주시와 합작해 설립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위탁 생산되고 있으며, 전용 웹사이트 ‘캐스퍼 온라인’에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노사는 캐스퍼 출시 전 ‘캐스퍼 이외의 차종에 대한 판매방식 변경 시 노조와 충실히 협의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 ▲ 캐스퍼는 사진계약 기간 2만3766대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차
    ▲ 캐스퍼는 사진계약 기간 2만3766대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차
    하지만 노조는 사측에 캐스퍼의 인터넷 판매 중단을 위한 재협의 요구를 하고 있다. 노조 측은 “영업직원들의 고용안정과 생존권 사수를 위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다시 반발에 나선 이유로는 캐스퍼가 당초 예상보다 흥행하면서 사측이 온라인 방식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캐스퍼는 지난달 14일 사전계약 첫 날에만 1만8940대를 기록했으며, 2주 동안 총 2만3766대로 증가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케스퍼의 판매량이 높아질수록 엔트리카 분야 경쟁 차종인 현대차의 소형 SUV ‘베뉴’, 준중형 세단 ‘아반떼’ 등의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캐스퍼에 대해 예외적으로 인터넷 판매를 하고 있으며, 향후 다른 차종에 적용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고객들은 인터넷 방식을 통한 구매가 편리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캐스퍼를 구매한 한 고객은 “캐스퍼에 대해 문의하고 싶어 근처 현대차 대리점을 방문했지만 돈이 별로 되지 않는 고객이라고 판단했는지 직원들이 불친절하게 응대했다”면서 “당시 매우 불쾌했고 인터넷 판매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 ▲ 벤츠는 이달 8일부터 온라인 샵을 통해 인증 중고차 외에 신차 판매도 진행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 벤츠는 이달 8일부터 온라인 샵을 통해 인증 중고차 외에 신차 판매도 진행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한편, 수입차 업계를 중심으로 비대면 방식의 판매채널이 확대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닌달 15일 국내에 공식 온라인 판매 플랫폼인 ‘메르세데스 온라인 샵’을 오픈해 인증 중고차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이달 8일부터는 신차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상국 벤츠코리아 세일즈 부문 총괄 부사장은 “온라인 샵은 고객에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면서 “딜러사에게는 온라인 가상 전시장의 역할을 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BMW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BMW 샵 온라인’을 통해 온라인 한정판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아우디도 올해 5월 말 ‘온라인 차량 예약 서비스’를 선보였다. 테슬라는 2016년 국내 진출 이후 100%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비대면 방식의 차량 판매는 이미 글로벌 추세이며, 소비자의 편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현대차 노조의 요구는 이기주의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