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사장 승진, 지주사 대표로수소 밸류체인 구축 선언… 경영능력 시험대현대重 이어 오일뱅크, 삼호중공업, 로보틱스 IPO 줄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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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이 정기선 체제로의 전환에 본격 신호탄을 쐈다. 지금까지 조선·정유·건설기계 등 중후장대 기업이었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변화에 대응해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현대중공업그룹은 정기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발령하고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그동안 지주사 부사장으로 경영수업을 받았던 정 부사장의 전면 배치로 일선에 나섰다고 평가된다.우리나이로 올해 40세인 정 신임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현대중공업그룹에 처음 입사했고 경영지원실장을 거치면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부사장에서 사장에서 승진한 최근 3년간은 신사업 발굴과 디지털경영, 사업시너지 등 그룹오너에게 필요한 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정 사장과 손을 맞출 인사들은 이번에 함께 승진한 안광헌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 대표, 이기동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글로벌본부장 등이다. 세 사람 모두 1960년대 생이며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 공동대표로 올라선 이상균 사장과 조영철 사장도 정기선 체제의 구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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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에 올라선 만큼 정 신임사장에게 떨어진 과제는 가볍지 않다. 관건은 올해 야심차게 꺼내는 2030 수소 밸류체인 구축 성공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30 수소 드림(Dream)으로 명명된 프로젝트는 정 사장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수소 시장은 2050년 1경40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블루오션"이라며 "수소 프로젝트를 총괄한 정기선 사장인 만큼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 프로젝트는 SK그룹이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과 비교해 포괄적인 게 특징이다.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까지 모든 단계를 아우른다는 계획이다. 육상과 해상에서 친환경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먼저 조선부문 계열사가 짓는 해상 풍력플랜트가 1단계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시와 협약을 맺고 2030년까지 1.2GW급 수전해 플랜트를 제작키로 했다. 여기서 나오는 전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해 육상으로 옮기는 과정이 2단계다. 이 역시 조선부문에서 건조한 친환경 수소추진선박이 운송을 책임진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하반기까지 액화수소 연료탱크를 시범 제작할 계획이다.육지로 수송된 수소 저장은 현대오일뱅크가 맡는다. 액화 수소터미널을 구축하고 자동 하역시스템을 활용해 수소 탱크에 저장한다. 저장된 수소는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로 보내져 전기 생산에 쓰이는가 하면 수소 충전소에서 판매도 가능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를 위해 2040년까지 수소 충전소 300개 구축 계획을 세웠다. 건설기계 중간지주회사인 현대제뉴인은 세계 최초로 중형 수소 지게차를 개발해 현장 투입을 앞두고 있다.문제는 자금이다. 사업규모가 천문학적인 만큼 자금도 그만큼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차원에서 올해 수소 프로젝트에 쏟는 자금도 1조원이 넘는다.자금조달 방식은 채권과 기업공개(IPO)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초 40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설비 마련에 투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LNG선박 건조를 위한 녹색채권 1000억원을 발행했고, 현대중공업도 같은 방식으로 3000억원을 마련했다.주력 계열사의 상장절차도 착착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IPO를 통해 확보한 투자금은 7580억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현대오일뱅크,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로보틱스도 내년 상장을 노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선 사장이 재계 서열 8위 그룹사를 이어받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면서도 "그가 직접 준비한 수소 드림 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둔다면 안정적인 승계작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