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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가 금융당국에 내년 자동차보험료 동결을 적극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손해율 개선과 호실적을 이유로 당국의 인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여 동결로 절충안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자동차보험료 산정을 놓고 이달 금융당국과 손보업계간 의견 조율이 본격화된다.
원칙적으로 보험료 책정은 보험사 고유 권한이나, 자동차보험의 경우 의무가입 상품인 만큼 통상 12월부터 내년도 요율 논의를 진행한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이 내년 보험료 인하를 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말께 금융당국이 일부 보험사에 보험료 인하가 가능한 지 여부를 묻는 등 사전 의견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에는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보험료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정 원장은 이날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동차보험의 전체적인 수익성 등을 고려해 금감원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의 이 같은 의중은 올해 손해율 개선에 따른 자동차보험 흑자 달성이 예상되고, 전체 실적이 좋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동차보험 점유율 85%를 차지하는 상위 4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의 올해 1~10월까지 누계 손해율은 78.2%에서 79.8% 사이대다. 업계에선 통상 77%~80%를 적정 손해율 수준으로 본다.
실적 역시 삼성화재 경우 올 3분기 누적 순익이 전년대비 62.5% 증가한 1조 22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현대해상과 DB손보 순익은 3877억원, 6455억원으로 각각 23.2%, 46% 상승했다. KB손보도 2656억원으로 44.3% 올랐다.
그러나 손보업계는 지난 몇년간 누적 적자세를 지속 감내해 왔던터라 보험료 인하 흐름이 불편한 상황이다.
실제 2017년도를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영업손익에서 모두 적자를 봤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2017년 266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2010년 1조 5802억원 ▲2011년 5902억원 ▲2012년 5749억원 ▲2013년 9415억원 ▲2014년 1조 1017억원 ▲2015년 1조 1011억원 ▲2016년 3418억원 ▲2018년 7237억원 ▲2019년 1조 6445억원 ▲2020년 37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액(8조 9529억원)만 9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달부터 자동차보험 정비공임 수가가 4.5% 인상된 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보험업계·자동차정비업계·공익대표' 등으로 구성된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는 지난 10월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이번 정비수가 인상은 3년만에 이뤄진 것으로, 정비수가가 4.5% 인상되면 산술적으로 보험료의 1%대 인상이 진행되야 한다는게 손보업계 설명이다.
여기에 자동차사고 발생시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에 따라 과실책임주의가 적용되는 '자동차보험 제도개선방안'을 당국이 최근 내놨지만, 오는 2023년 적용 예정이라 내년 손해율 개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점도 인하를 반대하는 이유다.
이외 겨울철 계절적 요인도 존재해 손해율이 더 치솟을 수 있는 점도 변수다.
통상 겨울철에 접어들면 폭설이나 빙판길로 인해 자동차 사고가 급격히 늘고, 떨어진 기온 탓에 차량 배터리가 방전되는 사례가 증가한다. 일부 손보사에선 폭설시 긴급출동서비스로 인한 손해액만 하루 30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코로나에 따른 일시적 영향일 뿐 본원적 손해율이 개선됐다고는 볼 수 없다"며 "지난 몇년간의 전체적인 손실액을 따졌을때 보험료 인상을 고려해야 맞으나, 당국의 인하 압박에 동결로써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보험료를 인상하자니 당국의 눈치가 보이고, 인하하자니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자동차보험료 산정에 당국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맞지만 최종 결정하는 것은 보험사이기 때문에 보험료 동결로 큰 리스크를 걸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