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인수 10년, 적자 늪에서 법정관리까지온라인 쇼핑 성장 속 대형마트 위기 가속화법정관리 속 영업 정상 운영… 경영 정상화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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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플러스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4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달 28일,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30년 가까이 유통산업과 함께 성장해온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라는 초강수를 두기까지 재무 악화 속에서 잇따른 인수·합병(M&A)을 거치는 등 굴곡의 시간을 지나왔다.
◇ 30년 유통 역사 ... 주인 바뀌고 바뀌고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의 할인점 사업으로 시작됐다. 같은 해 9월 대구에 삼성홈플러스 1호점을 열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발생하며 삼성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도 외환위기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1999년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에 경영권과 함께 지분 49%를 넘기면서 홈플러스는 합작법인 형태로 출범했다.
테스코의 지원 아래 홈플러스는 2005년 영남권 슈퍼마켓 체인 아람마트를 인수한 데 이어 2008년에는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던 홈에버 매장을 일괄 매입하며 외형을 확장했다.
2011년에는 테스코가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잔여 지분을 모두 매입하면서 홈플러스는 100% 테스코의 자회사가 됐다. 2007년 63곳이었던 매장이 2014년에는 140여 곳으로 늘어나며 빠른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2014년 테스코가 분식회계 스캔들에 휘말리고 영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자금 압박이 심화되면서 2015년 홈플러스를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같은 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캐나다공무원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는 당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거래이자 국내 M&A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
◇ MBK 인수 후 쇠락의 길 … "경영 정상화 최선 다할 것"
기대와 달리 MBK 인수 이후 홈플러스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과 소비 침체 장기화가 맞물리면서 홈플러스는 실적 악화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연간 매출이 7조원을 넘지만 회계연도 기준 2021년 1335억원, 2022년 2602억원, 2023년 1994억원의 3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월 말 기준 부채비율만 462%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부터 홈플러스는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일부 납품업체에 한두 달 뒤 대금을 지급해주기로 하면서 정산 지연 이자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도 홈플러스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MBK는 경영권을 유지하는 동안 점포 20여 곳을 매각해 약 4조원의 부채를 상환했지만 실적 반등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슈퍼마켓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MBK는 "법원의 회생절차를 통해 홈플러스의 경영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MBK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대규모 매입 대금을 월 1회 일괄 지급하는 반면, 매출 대금은 매일 유입되는 유통업 특유의 자금 흐름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매입·영업 대금 유동화와 단기 기업어음을 발행해 운전자금으로 활용해 왔다.
MBK는 "법원의 신속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으로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회생절차에 따라 전액 변제될 것"이라며 "임직원의 급여 및 임금 지급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회생절차 신청과 관계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채널 등 모든 영업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