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이어 기업회생5조 대출 인수 부담 … 유통 불황 '직격탄'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 방안 무산될 판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 경쟁력 약화 우려"투자 축소·설비 매각·인력 유출 … 불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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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장. ⓒ뉴데일리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유동성 위기로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회사 소유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단기수익 극대화에 치중하며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소홀히 한 결과로 풀이된다. MBK는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 인수도 추진 중으로, 향후 핵심기술 및 인력 유출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렸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한 단계 떨어진 이후 대금 지급 불능 등 파국을 막고자 이날 새벽 0시3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이 11시간 만에 개시를 결정했다.홈플러스는 현금 유동성이 나빠진 상태에서 신용도 강등으로 운영자금 대출까지 줄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어 선제적인 회생절차에 돌입했다는 설명이다. 법원도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금융 조달 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오는 5월께 자금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판단했다.홈플러스가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MBK사모펀드의 경영 능력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MBK는 2015년 영국의 유통 기업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이 딜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사상 최대 바이아웃(Buyout·재매각 목적 기업인수) 거래로 주목받았다.MBK는 인수 비용 중 2조2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의 대출과 MBK 측의 인수금융 대출로 충당했다. 대출 5조원 중 4조3000억원은 은행 선순위 대출이고,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조달했다. 전체 인수액의 70%를 차입한 것으로, 처음부터 과중한 재무 부담이 불가피했다.MBK는 이후 점포 매각과 부동산 처분을 통해 자산을 현금화하며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주력해왔다. 홈플러스 매장은 2019년 140개에서 현재 120여개로 대폭 줄었다. 점포 매각 자금은 원금 상환과 이자 비용에 투입됐고, 투자 활동은 제한되며 사업경쟁력이 약화했다. 여기에 유통업계 불황과 전자상거래 기업과의 경쟁 격화로 실적은 고꾸라졌다.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2024년 11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5조31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94억원 증가했고, 총차입금은 5조4620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는 60.3%에 달한다. 토지 재평가에 따른 자본증가에도 대규모 당기순손실 반복에 따른 자본 감소 영향으로 2024년 11월 말 부채비율이 1408.6%에 육박하고 있다.회사가 고전을 거듭하며 MBK의 엑시트 또한 인수 후 9년이 넘도록 공회전하고 있다. MBK는 지난해 6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기업형 슈퍼마켓 부문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별도 매각하는 방안을 돌파구로 내놨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회생절차로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 절차도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MBK는 현재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MBK 손에 넘어갈 경우 홈플러스와 마찬가지로 사모펀드의 단기수익 중심 경영방식이 고려아연에 적용, 기업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례에서 보듯 MBK가 고려아연 인수 후 연구개발(R&D) 투자 축소, 설비 매각, 인력 감축 등을 진행할 수 있다”며 “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점포 분할 매각이 나오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몸값이 10조 이상으로 통매각이 사실상 어려워 MBK가 결국 ‘쪼개 팔기’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한편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MBK파트너스 부회장)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진행된 심문 절차 후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 때문에 단기 유동성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신청한 것”이라며 “회사의 상거래 채무나 임직원들 급여 채권은 정상적으로 변제된다. 영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