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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흑자달성이 사실상 유력시 되면서, 금융당국의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손보업계는 지난 10년간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액이 9조원에 달한다며, 보험료 동결로 타협점을 원하는 분위기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업계 상위 4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누계 손해율(가마감)이 79.6%에서 81.5%로 집계됐다.
각사별 수치는 삼성화재 81.1%, 현대해상 81.2%, DB손보 79.6%, KB손보 81.5%를 기록했다.
업계는 이들 4개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이 85%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지난해 자동차보험 흑자 달성을 확정적으로 보고있다. 업계에선 통상 사업비를 고려해 '77%~80%초반대'를 적정 손해율 수준으로 본다. 일각에선 지난해 흑자 규모가 약 3000억원 수준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험업계는 당국이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적극 타진하고 있는데, 이번 손해율 수치 도출로 당국의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보업계와 당국은 지난달부터 보험료 산정을 놓고 물밑 의견 조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말 일부 보험사에 보험료 인하가 가능한 지 여부를 묻는 등 사전 의견을 파악했으며,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보험료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 원장은 지난달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동차보험의 전체적인 수익성 등을 고려해 금감원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의 이 같은 의중은 손보사들의 전체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화재 경우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이 전년대비 62.5% 증가한 1조 22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현대해상과 DB손보 순익은 3877억원, 6455억원으로 각각 23.2%, 46% 상승했다. KB손보도 2656억원으로 44.3% 올랐다.
반면, 보험업계는 코로나로 이동량이 일시적으로 줄어 반사이익을 본 것일뿐, 지난 몇년간 누적 적자세를 감내해왔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보험료 인하시 올해 자동차보험 적자가 더 커질 것이라 우려했다.
손보업계는 2017년도를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영업손익에서 모두 적자를 봤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2017년 266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2010년 1조 5802억원 ▲2011년 5902억원 ▲2012년 5749억원 ▲2013년 9415억원 ▲2014년 1조 1017억원 ▲2015년 1조 1011억원 ▲2016년 3418억원 ▲2018년 7237억원 ▲2019년 1조 6445억원 ▲2020년 37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액이 8조 9529억원인 셈이다.
지난달부터 자동차보험 정비공임 수가가 4.5% 인상된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보험업계·자동차정비업계·공익대표' 등으로 구성된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는 지난해 10월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이번 정비수가 인상은 3년만에 이뤄진 것으로, 정비수가가 4.5% 인상되면 산술적으로 보험료의 1%대 인상이 진행되야 한다는게 손보업계 설명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통상 1월 중하순께 도출되는 지난해 손해율 가마감 수치와 최종 손해율과의 차이는 크지 않다"며 "이번 가마감 통계를 기반으로 내달까지 보험료 산정을 놓고 업계와 당국간 기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보험료 책정은 보험사 고유 권한이나, 자동차보험의 경우 의무가입 상품인 만큼 매년 당국과 관련 업계의 의견 조율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