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상의 보다 경총 먼저… 親기업 정책 행보 李, 경선 직후 상의 직행… 경총은 아직일각 경제정책 정치화 우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대위 발족 후 첫 재계 방문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을 찾았다. 경제정책 공약 방향성이 중요한 변수로 꼽히는 선거인 만큼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차별성을 드러내겠다는 의도다.

    윤 후보는 전날인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 회관을 찾아 손경식 회장 등 경총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손 회장은 재계 의견을 담은 대선정책 건의서를 전달했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법 등 강화된 기업규제를 완화하고 건전한 노사관계 확립을 위한 정책적 지원 요청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가 경제단체 첫 방문지로 경총을 택한 것을 두고 경제계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상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국정농단 사태로 쇠락한 이후 국내 최대 경제단체로 입지를 굳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한상의를 먼저 찾은 이재명 후보와 정책적 결을 달리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상의는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모든 경제활동 주체를 대표하는 단체인 반면 경총은 노사 문제에 집중한다. 전국민 기본소득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는 이 후보와 달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해석이다.

    윤 후보는 지난 6일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서 "공정한 경쟁 여건을 조성하고 창의와 상상을 발휘하는 경제를 만들어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겠다"고 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선거캠프에 참여 중인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선거일정이 촉박한 만큼 소화가능한 일정을 먼저 잡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윤 후보가 기업의 기를 살리는데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10일 대한상의를 찾아 최태원 회장과 의견을 나눈 이후 아직 경총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당시 "경선할 때 대한상의를 오려고 했는데 일정을 못 맞춰 오지 못했다"며 "제가 경선과정에서 노동계만 갔다고 오해하실 분이 있을 것 같아 일부러 상의부터 방문했다"고 인사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친노조 정책 노선인 이 후보 입장에선 경총 방문이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일정은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후보 선출 이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등 급진적 정책을 추진 중이며 경총은 전날 이에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윤 후보 입장에서는 경영자 입장을 대변하는 경총을 찾아 자연스레 이 후보와 각 세우는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이 무너진 이후에도 여전히 경제단체들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며 "정치 진영에 따라 경제정책이 좌지우지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내주쯤 대한상의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재 선대위 측과 일정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