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6대 기업 총수와 오찬… "좋은 일자리 창출 기업 몫"삼성·현대차 인재양성 격려…"청년들 주저앉지 않게 힘 돼달라"법인세 인상·'기업장악3법' 등 옥죄고…필요하면 총수 호출 비판도내년 기업투자전망 '암울'… 매출 500대기업 절반 "투자계획 못세워"기업·투자자 해외로 '눈길'…해외직접투자 文정부서 가파른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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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6대 기업이 앞으로 3년간 청년일자리 18만여개를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해줬다"며 기업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출범 이후 반기업 정서를 분명히 해온 문재인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정부가 아닌 기업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 5년여를 허송세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민관합동 일자리 창출사업인 '청년희망ON(溫)'에 참여한 6대 기업 대표와 오찬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 구현모 KT 대표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청년희망온 프로젝트는 청년과 기업의 상생 전략"이라며 "훌륭한 결단을 내려주신 기업인들께 직접 감사드리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문 대통령은 "삼성은 '인재 제일'이라는 창업주의 뜻을 이어 최고 능력을 갖춘 삼성인을 배출해왔고, 현대자동차는 'H 모빌리티클래스' 같은 교육기회를 마련했다"고 기업 총수들을 격려한 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몫이고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날처럼 눈부시게 빠른 기술 발전 속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과 훈련도 기업이 더 잘할 수 있다"며 "청년들이 코로나19(우한 폐렴)로 인해 잃어버린 세대로 주저앉지 않게 기업인 여러분이 든든한 힘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의 한계에 봉착하자 민관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기업을 상대로 뒷북 공치사에 나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표면적으로는 이날 기업의 참여에 감사를 전하면서 근저에는 민관 합동 일자리사업을 추진한 정부의 공을 치하하는 데 바쁜 기업 총수들을 들러리 세운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된다. -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평가다.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55만3000명 증가했다. 9개월째 증가세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증가 폭은 둔화하고 있다. 11월 고용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첫 달인 데도 증가 폭이 전달보다 10만명 가까이 줄었다.고용지표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별로 보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재원이 많이 투입되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27만9000명)에서 여전히 고용 증가가 많다. 특히 나이별로는 노인 일자리가 증가를 견인하는 모양새가 이어진다. 지난달 늘어난 일자리의 59.9%는 60세 이상(33만1000명)에서 나왔다. 증가한 일자리 10개 중 6개는 노인 일자리였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 경제의 허리라 할 수 있는 30대(-6만9000명)와 40대(-2만7000명)에선 되레 줄었다. 30대 일자리는 지난해 3월 이후 21개월 연속 감소세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코로나 때문에 줄어들었던 고용이 지난달까지 거의 99.9% 회복됐다. 청년 고용률도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나마 문 대통령은 "이것(99.9% 고용 회복)은 양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가 (공급)되고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선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을 것"이라고 인정했다.정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을 28만명으로 잡았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 전망은 밝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매출액 500대 기업의 내년 투자계획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투자 계획이 없거나(9%), 아직도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41%)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했다. 여기에는 수출경기 둔화와 기저효과 소멸,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 등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뿌리 깊은 반기업 정서도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세계적 트렌드에 역행하는 법인세 상향,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대변되는 노동계 친화적인 정책 등을 밀어붙여 왔다. 특히 소위 '기업장악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각종 규제입법을 쏟아내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할 기업들의 탈(脫)한국 현상을 부채질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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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매력은 빠르게 시들해지는 반면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는 국내 기업·투자자는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신고금액 기준으로 △2015년 209억1000만 달러 △2016년 213억 달러 △2017년 229억4000만 달러 △2018년 269억 달러 △2019년 233억3000만 달러 △지난해 207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현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이후 3년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반면 국내 기업·투자자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증가세다. △2016년 502억1000만 달러 △2017년 494억6000만 달러 △2018년 596억1000만 달러 △2019년 837억6000만 달러 △지난해 709억2000만 달러로 2018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더믹에도 2019년 대비 84.7%의 해외직접투자가 일어났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세금만 올리고 기업활동 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니 투자가 외국에 공장을 짓는 쪽으로 빠져나간다"며 "정부의 역할은 민간경제가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경제계 최대 행사인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불참했었다. 경제계에 신경을 많이 안 쓰는 것 같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가야 행사에도 참석하는 것 아니겠냐"면서 "다만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투자가 필요할 땐 바쁜 기업 총수들을 호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잖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