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 마감…올 성장률, IMF 5.6%·세계은행 5.1%경기회복 '글쎄'…헝다위기·기업규제 등 불확실성↑최대 수출국…"외부 수요가 내부불안 뒷받침"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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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고속 성장을 이어가던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일부 불안요인이 올해 세계경제에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겹친 초대형 경제 위기)을 가져오지는 않을 거라고 진단한다. 다만 중국이 세계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돌발변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 우리경제는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사태로 경제안보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중국이 안고 있는 불안요인이 자국을 넘어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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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세계 최대 상품 수출국으로 많은 국가가 중국산 상품을 수입한다. 이는 중국 고속 성장의 배경이 됐다. 하지만 중국은 30여년간 이어진 고속 성장시대와 이별했다. 지난 2016년 1월1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전년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67조6708억 위안이라고 발표했다. 증가율은 6.9%를 기록했다. 2014년 성장률 7.4%보다 0.5%포인트(p) 낮다. 25년만에 '바오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중국 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진 것은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사건의 여파가 이어졌던 1990년(3.8%) 이후 처음이다.국제통화기금은 지난해 10월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중국의 성장률을 8.0%로 제시했다. 앞선 7월 전망보다 0.1%p 내렸다. 2020년엔 코로나19(우한 폐렴) 팬더믹(범유행)으로 2.3%까지 곤두박질쳤다가 급반등했다. 하지만 올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IMF는 올해 중국경제가 5.6%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역시 7월 전망보다 0.1%p 낮춰잡았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중국경제 최신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5.1%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5.4%)보다 0.3%p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보고서에서 "중국경제 전망에 대한 하방위험이 커졌다"고 부연했다. 세계은행 예상대로라면 중국경제 성장률은 1990년이후 최저치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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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국의 성장 부진이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2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제조공장으로 전체 생산량의 6분의1가량을 차지한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 엔진중 하나가 사실상 꺼지는 셈이다.관건은 중국경제의 회복 가능성에 달렸다. 그러나 최근 중국당국의 민간기업 규제, 에너지 위기, 헝다(恒大)그룹 파산 위기 등을 두고 중국 경제성장 둔화의 신호로 해석하는 견해가 적잖다.부동산 분야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의 부동산산업은 GDP의 20~30%를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가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다른 부동산업체 자자오예(佳兆業)도 최근 디폴트 수순에 들어갔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갚아야 할 달러화 표시 채권은 1분기 198억달러(23조5000억원), 2분기 185억달러(22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비율이 높은 개발업체들의 재정건전성 문제는 언제든 건설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창한 경제 어젠다 '공동부유(共同富裕)'도 불안요인이다. 공동부유는 분배를 강화한다는 것이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시장개입 확대와 기업 규제 강화 등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앞서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2020년 10월 제19기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경제자립(자급자족)과 기술강국을 해법으로 하는 '쌍순환' 발전 전략을 채택했다. 쌍순환 전략이란 세계경제(국제순환)뿐아니라 국내경제(국내 대순환)를 최대한 발전시킨다는 개념이지만 사실상 내수시장을 강화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문제는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중국 당국이 지난해부터 거대 기술기업과 부동산기업 대출, 비트코인, 대중문화, 사교육 등 각종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 미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으로 중국 내 반(反)외자기업 정서가 강해지면서 갈수록 기업 하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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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계 공장으로서 중국의 지위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허찬국 충남대 명예교수는 "중국의 성장률 감소는 경제가 성숙하면서 추세적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부동산부문도, 좋은 건 아니지만 정부당국이 경제를 통제하는 중국의 특성상 내실을 기한다는 이유로 한방에 군기를 잡으면서 건설경기가 저조해진 측면이 없잖다. 이는 GDP 성장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허 명예교수는 "지난해 중국의 수출이 우리나라 이상으로 잘 됐다. 태평양 해운요금이 몇배 뛰었다는데 미국으로 가는 중국 수출품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아직 세계의 공장이다.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다. 가격우위도 있고 나름 산업고도화로 고부가가치 상품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내부 불안요인이 최근 표출되고 있으나 외부 수요가 상당한 받침대 역할을 해줘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로 쉽게 흔들리진 않을 거라는 견해다.허 명예교수는 되레 경제 외적인 불안요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대만과의 양안 관계가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만약 군사 대결 양상으로 전개된다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과 악영향이 상당히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