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4월 가격인상에 소주 가격인상까지 겹쳐1호로 가격 인상시 브랜드 이미지, 판매에 타격소주 1위 하이트진로, 맥주 1위 오비맥주간 눈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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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류업계가 가격인상을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큰 주류 특성상 먼저 가격을 올린 브랜드가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1호가 될 순 없어’라는 상황. 

    문제는 각사의 사정과 주력 제품에 따라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1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가격인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오는 3월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미 가격인상 요인은 적지 않다. 

    먼저 맥주는 오는 4월부터 주세가 2.49% 인상되면서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하기 위한 가격인상이 예정 돼 있다. 지난해 주세법 개정안으로 맥주에 대한 세금이 종가제에서 종량제로 변경되면서 매년 주세가 변경되는 탓이다. 앞서 지난해에도 맥주 제조사들은 세금인상에 따른 가격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소주는 맥주와 달리 종량제가 적용되지 않지만 가격인상 요인이 쌓일대로 쌓인 상황이다. 소주의 주요 원료인 주정의 가격이 이달 평균 7.8% 인상됐고 소주 병뚜껑의 가격도 지난 1일 평균 16% 인상됐다. 사실상 주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소주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 가격인상이 그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주류 업계 특성상 가격인상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적지 않고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위기를 맞고 있는 유흥시장은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중이다. 

    이런 상황은 미묘한 눈치게임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먼저 가격을 올린 브랜드가 가격인상에 대한 반발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되기 때문이다. 가격을 뒤늦게 올리는 쪽은 그 시차만큼 더 판매가 늘어나는 반사효과도 누릴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눈치게임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에서 이뤄졌다. 맥주의 경우 1위 업체인 오비맥주가 가격을 올리면 2위 하이트진로, 3위 롯데칠성음료가 각각 뒤따라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소주의 경우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가 가격을 올리면 2위인 롯데칠성이 가격을 따라가는 구조로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는 두 맥주와 소주가 동시에 가격을 올려야하는 점이 상황을 완전히 뒤집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가격인상에 대한 저항을 두 번 받느니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 이후 맥주와 소주의 가격을 동시에 인상하는 것이 최선이라 보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오비맥주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리기 보다는 하이트진로를 예의주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가격인상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눈치게임을 펼치게 되리라는 예상이다. 

    상대적으로 속이 편한 것은 롯데칠성이다. 롯데칠성은 오비맥주나 하이트진로가 가격 인상을 단행한 이후에 시차를 두고 쫓아가도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가격인상이 늦어지는 만큼 수익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주류업계 다른 관계자는 “소주는 당장 가격인상이 시급하지만 맥주의 가격인상이 예정된 3월 말까지 지켜보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주류 판매에 타격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체간 눈치 싸움은 당분간 첨예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