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출신 김경배 대표 내정공적자금 3조 회수 전략 시동현대차그룹에 '러브콜'… 성사 가능성 주목
  •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뉴데일리 DB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뉴데일리 DB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쓴 HMM(옛 현대상선) 새 대표이사에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사장을 내정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HMM 채권단은 배재훈 사장 후임자로 김 전 사장을 내정했다. 김 전 사장은 김충현 전 현대상선 CFO(부사장)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HMM 경영을 관리하는 해양진흥공사는 김 전 CFO를 추천했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선택은 김 전 사장으로 모아졌다.

    1964년생인 김 내정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정공(現 현대모비스)를 시작으로 평생을 현대차그룹과 함께 했다. 정주영 회장의 수행비서, 정몽구 명예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물류와 해운에 대한 전문성도 갖췄다. 2009년 현대글로비스 대표에 부임해 9년 가까이 일하며 매출 규모를 7조원 수준에서 16조원까지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유럽 완성차 운송업체 아담폴 인수를 인수하고, 에쓰오일과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등 업계 전반 영역 확장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은행이 김 전 사장 내정으로 가닥을 잡은 것을 두고 본격적인 매각 일정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산은이 지금까지 HMM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3조원에 달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원활한 M&A 추진을 위해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가총액 14조원을 넘어선 HMM을 인수할 후보군은 많지 않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그룹과 포스코 정도를 꼽는다. 다만 이들 그룹들은 인수 의사를 철저히 부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무중에 빠졌던 매각 방향이 김 전 사장 내정으로 분명해진 것"이라며 "산은이 현대차에 인수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인수 주체는 현대글로비스가 될 공산이 크다. 컨테이너선 중심인 HMM과 벌크선과 자동차운반선을 운용하는 현대글로비스는 사업 영역 중복이 적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29%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순환출자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산업은행의 매각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재작년 연임에 성공한 이동걸 산은 회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연말까지는 매각 밑그림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빠듯한 시간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장기적인 플랜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올해 종료되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3년 연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