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년 3월 종료고실적 불구 M&A 맞물려 유동적해운5개년-정권교체기 변수…'정무적 인물론' 대두
  • 사상 최대 실적을 쌓아올린 HMM의 배재훈 대표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M&A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HMM의 매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꼽히기 때문이다.

    1일 HMM에 따르면 배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지난 3월 KDB산업은행 등 HMM 채권단은 배 대표를 연임 시키며 임기 1년을 보장했다. 지난해 첫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1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배 대표에게 고작 임기 1년을 연장한 것을 두고 매각 변수를 고려한 것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나왔다.

    대선을 앞두고 대주주 산업은행도 매각론에 힘을 싣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HMM 실적이 굉장히 좋아져서 이제 우리는 손을 뗄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올해까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공동관리가 끝나고 내년부터는 해양진흥공사가 전담 관리하기로 돼 있다"며 "해양진흥공사의 관리 능력도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매각 시기와 방식에 대해 "원활한 M&A를 위해 단계적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관계기관과 협의가 필요하고, 정부 정책과 시장여건을 고려해 결정할 사항"이라며 "매각과 관련해 별도의 진행 중인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HMM 매각에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지나치게 치솟은 몸값과 산은 등 정부 지분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HMM 주가는 지난해 초 2000원 선에서 폭등해 지난 30일 2만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11조5413억원이다. 해운재건5개년이 시작된 2018년 1조원 남짓이었던 것에서 10배 가량 비싸졌다.

    지분구조도 산업은행 20.69%, 해양진흥공사 19.96%로 두 기관이 쥔 지분만 40%를 상회한다. 여기에 두 기관이 가진 전환사채(CB) 등 채권에 대한 주식전환권을 행사하면 지분율은 71.68%가 된다. 이 회장도 "산은과 해진공 지분이 70%에 달하기 때문에 매각이 쉽게 되도록 지배지주의 지분만 내놓고 시장에 내놓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 ▲ 배재훈 HMM 대표이사ⓒ자료사진
    ▲ 배재훈 HMM 대표이사ⓒ자료사진
    걸림돌을 해결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위적인 몸집 축소는 어렵다 하더라도 이 회장이 언급한 지분 매각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해 산은과 해진공이 각각 한번씩 행사한 CB 주식전환만으로 주가는 크게 출렁거렸다. 매각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드는데 2년은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내년 HMM 정기 이사회는 매각일정을 함께할 CEO를 선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이동걸 산은 회장의 임기가 2023년 9월까지라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연말께에는 매각 밑그림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내년 종료되는 해운재건5개년 계획을 3년 연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배재훈 대표의 연임을 관측하는 시각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인수합병(M&A) 전문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목이 쏠린 기업매각인 만큼 정무적 능력이 탁월한 인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거대 기업의 인수합병에는 수많은 이해당사자가 생기고 반발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잘 설득하는 소통능력과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다.

    1953년생인 배 대표는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숭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 경영인이다. LG반도체에 입사해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다 범한판토스(現 LX판토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본격적인 전문 경영인으로 떠올랐다.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장과 HMM CEO로 활약하며 물류분야 전문성과 경영능력은 인정받았지만, 기업인수합병 분야에서 경력은 없다.

    배 대표는 3년 전 HMM 대표가 된 이후 꾸준히 자사주를 사모았다. 2019년 5월 1억2000만원으로 HMM 주식 3만4141주를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한달에 한번 꼴로 거래를 했다. 3년간 28차례에 걸친 자사주 매입 금액은 3억6000만원에 달한다. 주주들에게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배 대표는 지난 8월 4일 500여만원을 들여 128주를 산 이후 더이상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고 있다. 거취를 고민하는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지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운재건5개년 계획의 핵심은 HMM 부활이었고 정부는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게 위해 끝까지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며 "정권 마무리를 앞두고 단행할 인사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