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규제 완화 공약에 매물 회수 분위기서울시 '한강변 층수 제한' 폐지와 맞물려 가속도강남3구-노원-목동 등 주요 지역도 '술렁'
  • ▲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일대. ⓒ연합뉴스
    ▲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일대. ⓒ연합뉴스
    "서울시 정책 발표와 함께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강남 재건축단지들의 사업 추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강남 A공인 대표)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선 결과 발표직후 당장 실거래가 성사되거나 문의가 폭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서울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 아파트의 호가가 이전보다 높게 형성되거나 시중에 나왔던 매물이 회수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재건축을 추진중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전용 144㎡는 지난달 50억원에 매매계약을 맺었다. 2020년 12월 40억원에 거래된 이후 작년 한해동안 한건도 팔리지 않다가 14개월만에 10억원이 껑충 뛴 것이다.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 196㎡는 1월 80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3월 64억원에 팔린 것을 마지막으로 10개월만에 16억원이 뛰었다. 2020년 8월 처음으로 50억원을 넘어선 이 단지는 불과 16개월만에 30억원을 뚫은 것이다.

    압구정동 B공인 대표는 "서울시의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 층수 제한을 폐지한데 이어 이번에 윤석열후보가 당선되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며 "문의가 꽤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재건축단지들이 들썩이는 것은 서울시가 이달초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35층 제한 규제를 삭제하면서다. 시는 박원순 전시장 시절 2013년 '한강변 관리계획'과 2014년 '2030 서울플랜' 등을 통해 3종 일반주거지역 최고 층수를 35층 이하로, 한강 수변 연접부는 15층 이하로 제한해왔다.

    이번 규제 완화로 서울 전역에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다. 강남구 압구정3구역과 2구역 재건축조합은 최고 49층 건축안을 내놨다. 2017년 49층으로 계획했다가 시의 심의에 막혀 35층으로 방향을 튼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고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층수 제한이 폐지되면 다양한 설계안이 나올 수 있다"며 "용적률이 그대로라는 점을 가정했을 때 한강 조망권을 살리는 설계안이 적용되면 건폐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속칭 '병풍 아파트'나 '홍콩 아파트' 같은 고밀 개발의 폐해를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는 만큼 주거 환경 측면에서 재건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 ▲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산구와 강남 일대. ⓒ연합뉴스
    ▲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산구와 강남 일대. ⓒ연합뉴스
    대선에서 윤 후보가 당선된 점도 재건축 기대감을 높였다. 윤 당선인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47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대폭 완화 △과도한 기부채납 방지 등을 약속했다.

    윤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은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벽 ▲안전진단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것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이다.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리모델링 등으로 선회한 단지들도 있다.

    지난달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노원구 상계동 상계한양의 호가를 보면 전용 86㎡는 12억~13억원, 전용 107㎡는 14억~15억원 선이다.

    전용 107㎡가 1년 전인 지난해 3월 10억원(10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1년새 가격이 4억~5억원 오른 셈이다.

    상계동 C공인 대표는 "그간 사실상 재건축 추진을 막는 수단이었던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해 준다는 것은 재건축 사업에 물꼬를 틀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이라며 "상계동처럼 재건축 추진 초기 단계인 지역에 가장 큰 호재"라고 말했다.

    상계주공 1~16단지 가운데 공무원 임대 아파트인 15단지와 재건축 사업을 끝낸 8단지(포레나 노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단지가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다.

    상계동 외에도 △하계미성 △중계무지개 △중계주공4 △중계건영2 △태릉우성 등이 최근 재건축을 위한 현지 조사(예비안전진단)를 신청했다. 현지 조사는 지방자치단체가 눈으로 건물 노후도 등을 파악하는 단계로,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다.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으로 개별 조합원이 얻는 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10~50% 범위에서 환수하는 제도다. 조합 입장에서는 이로 인한 부담금을 우려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역시 재건축 단지들의 발목을 잡는다.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들은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실 실장은 "정책적인 허들이 굉장히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며 "공약대로만 된다면 재건축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그간 재건축 사업을 옥죈 규제가 일시에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강남3구를 비롯해 여의도, 목동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지역 또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초동 '현대아파트' 등은 규제 완화를 기대하며 재건축 안전진단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서초현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예비안전진단 통과 이후 곧바로 정밀안전진단으로 넘어가지 않고 사업을 잠시 보류했다"며 "지난달부터 대선 후보들이 안전진단 기준 완화 공약을 쏟아내는 등 분위기가 바뀌면서 재건축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서초동 '상품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예비안전진단 동의서를 받고 있다.

    지난달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7년 만에 통과한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는 현재 호가가 28억~31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목동 재건축 추진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준공 30년 이상된 아파트 단지의 안전진단 면제와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그동안 안전진단 규제로 멈춰있던 목동 재건축 시장이 활력을 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시의 35층 층고 규제 폐지와 맞물려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 재건축 단지에서 호가 위주로 단기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