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만드는 가내수업업 키트… 교차감염 위험벌크포장 동원되는 ‘교사’도 방역 불안한 ‘학부모’ 모두 ‘불만’방어구는 ‘손장갑’뿐… 머리카락 들어가거나 키트 떨어지는 경우도
  • ▲ 일선 학교 키트 포장 현장ⓒ경남희기자
    ▲ 일선 학교 키트 포장 현장ⓒ경남희기자
    일부 학교의 교사들이 조를 나눠 자가진단키트 포장업무에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관리가 취약한 교내 방역 상황에서 수술용 장갑만 끼고 추가 업무가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18일 경기도 시흥시 소재 중학교에 근무하는 중등교사 A씨는 "학교에는 순번을 돌아가며 일하는 일명 '자기진단키트포장조'가 있다"고 본지에 제보했다.  

    그에 따르면 개학 후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모두 주 2회씩 자기진단키트 검사를 하고 이를 제출해야 하는데, 검사에 사용되는 키트를 벌크 분량으로 교육부에서 받아다가 해당 학교 교사들이 돌아가며 직접 학교에서 포장한다는 것이다.

    교사 B씨 역시 "하루에 약 800여 개의 키트를 수술용 장갑 하나만 착용하고 소분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에 신경 써야 할 교사들이 교육청 방역 업무에 동원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키트 소분 작업을 여타 방어복을 입지 않고 다수가 오가는 학교에서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비위생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작업 중에 다량 키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포장지에 머리카락이 들어가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교사 확진자들이 속출하고 있어 감염관리에 취약한 실정이다. 아이들이 사용할 키트에 바이러스가 묻는 등 교차감염 문제도 존재한다. 

    이 같은 지적에 정희권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과장은 "교육부에서도 이런 작업이 일선학교에서 이뤄지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면봉은 면봉끼리, 시액은 시액끼리 포장된 덕용 제품을 개별로 소분해주는 작업이라 키트 오염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이 개별 포장한 키트를 매일 사용한다는 사실에 학부모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 C씨(서울 강북구, 44세)는 해당 사실을 맘카페에서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맘카페에서 학교에서 받은 키트를 사용하지 말자는 글이 자주 올라왔다"며 "방어구도 착용하지 않은 교사들이 만든 '가내수공업 키트'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구 교육청 대변인은 이 같은 여론에 "교육부에서는 소분 작업을 교육지원청에 요청했으나 일부 교육청 사정에 따라 일손이 부족한 경우 이를 다 수용하기가 어려웠다"며 "여론을 인지하고 추후 학교 방역정책에도 참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