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 '디지털미디어 콘텐츠 진흥포럼' 개최아날로그 시대에 적용된 규제의 구조적 문제 지적'기술중립성 도입', '유료방송 인·허가 체계 효율화 등 대안으로 언급
  • IPTV와 OTT의 등장으로 설 자리를 잃은 유료방송 시장의 진흥을 위해 낡은 규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1일 한국방송협회는 유료방송 시장의 지속 발전을 위한 ‘디지털미디어 콘텐츠 진흥포럼’을 개최했다. 자리에는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윤용 LG헬로비전 전무, 박종진 IHQ 총괄사장, 김정현 고려대 교수,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이영주 서울과기대 교수, 지성욱 한국외대 교수, 홍종윤 서울대BK 교수 등이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노창희 연구위원은 유료방송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날로그 시절부터 유료방송에 적용됐던 규제의 구조적 문제점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규제의 경직성을 극복해 사업자들의 사업 행위가 보다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노 연구위원은 ▲기술중립성 도입 ▲유료방송 인·허가 체계 효율화 ▲채널 구성 자율성 강화 ▲콘텐츠 투자 활성화 기반 마련 ▲지역서비스 활성화 ▲요금제도 개선 등을 언급했다.

    윤용 LG헬로비전 전무 역시 유료방송 시장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노 연구위원의 주장에 동의했다. 윤 전무는 “OTT를 비롯한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해 유료방송 또는 방송 전체가 상당한 위기”라며 “그중에서도 케이블방송이 환경변화에 가장 커다란 위기를 느낀다”고 말했다.

    윤 전무는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지역 채널의 경쟁력을 언급했다. 윤 전무는 “지역민들과 상생, 지역 정보 제공, 지역민을 위한 여러 가지 커뮤니케이션과 서비스 제공을 통한 차별화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유료방송 시장 진흥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밝혔다. 김정현 고려대 교수는 “진입 규제, 편성 규제, 요금 규제 등은 과거의 산물”이라며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방송법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과감한 규제 개혁과 개선이 필요하고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에서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성욱 한국외대 교수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경쟁 심화와 더불어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규제를 없애는 과정 및 사업자 분쟁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며 “국내와 국외 사업자들의 경쟁까지 고려해서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종윤 서울대BK 교수는 “한국에서 가장 일이 방송법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구시대적인 규제는 없애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이 규제를 받지 않는 부분은 유료방송에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박종진 IHQ 총괄사장은 콘텐츠 관련 규제 개선 필요성에 주목했다. 박 총괄사장은 “국내 OTT의 경우 3주 동안 프로그램 심의를 거쳐야 한다. 아무리 빨리 만들어도 심의 과정이 길어 어려움이 있다”며 “특히, 유료방송은 유독 규제가 심하다.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지옥 같은 작품은 물론, 티빙에서 제작한 술꾼도시여자들도 유료방송에서는 규제로 인해 제작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일관성 측면에도 문제가 있다. 규제가 없는 유튜브와 달리 TV 콘텐츠 제작 시 규제가 많다. 일관성을 갖고 국내 콘텐츠 제작 업체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정부의 역할에 주목했다. 김 전문위원은 “정부의 역할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환경은 급격히 변하는데 정부의 변화는 다소 느린 것 같다”며 “변화에 대한 대응을 제로베이스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편성 자유권과 세제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전문위원은 “SO를 포함해 유료방송 사업자의 의무와 권리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편성 자유권 정도는 사업자가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세제 지원 대상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제작사 중심의 세제 지원뿐만 아니라 제작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영주 서울과기대 교수는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아쉽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의 경우 최근 요금 인상을 발표했음에도 가입자가 이탈하지 않고 있다”며 “유료방송 사업자도 패키지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서 요금 인상을 시도하는 등 새로운 전략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정부의 요금 규제 때문이라기 보다는 사업자의 적극적인 대응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