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4%대 진입…한은 "올해 전망치 3.1% 크게 상회"월급쟁이 어쩌나…임금총액 올라도 실질임금 '반 토막' 우려최저임금 논의 본격화…勞 "8.5~10% 인상" vs 使 "차등 적용해야"
  • ▲ 외식 메뉴 가격 상승세.ⓒ연합뉴스
    ▲ 외식 메뉴 가격 상승세.ⓒ연합뉴스
    소비자물가가 4%대에 진입하면서 월급쟁이 지갑 사정이 더 궁핍해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결정될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노동계는 고물가를 고려한 대폭 인상을, 경영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원자잿값 상승 등을 들어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협상도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임금 올라도 고물가에 제자리걸음 수준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1% 올랐다. 2011년 12월(4.2%) 이후 10년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고물가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거라는 데 있다. 한국은행은 5일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연 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하고, 올해 연간 상승률도 한은의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거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상승세에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겹쳐 국내 물가 상승을 압박할 거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으로 월급쟁이 지갑은 더 가벼워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1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연간 임금총액은 368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4.6%(16만2000원) 증가했다. 전년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줄었던 성과급이 다시 늘어난 탓이다.

    그러나 소비자물가가 치솟으면서 실질임금은 반 토막에 그쳤다. 물가수준을 반영한 지난해 근로자 월평균 실질임금은 359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2.0%(7만2000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한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다.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2020년 물가상승률이 0.5%였던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5배나 급등한 셈이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거로 전망된다. 노동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2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올 1월 명목임금은 472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8%, 실질임금은 451만원으로 17.5% 각각 올랐다. 다만 임금총액 증가는 설 명절 상여금과 코로나19에 따른 전년도 기저효과, 성과급 지급시기 변경 등으로 특별급여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기저효과와 상여금 거품이 빠지고 고물가 상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월 조사분부터는 체감 임금 상승이 크게 둔화할 가능성이 적잖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이후 5개월 연속 3%대 고공행진을 이어오다 3월 들어 4%대로 올라섰다. 올 들어 월별 물가 상승률은 1월 3.6%, 2월 3.7%, 3월 4.1%다.
  • ▲ 최저임금위 노사, 시각차 확연.ⓒ연합뉴스
    ▲ 최저임금위 노사, 시각차 확연.ⓒ연합뉴스
    ◇최저임금 난항 예상… "물가 고공행진" vs "소상공인 곡소리"

    노동계는 올해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태도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8.5% 올려야 한다는 견해다. 2018년(9.2%) 이후 4년 만에 최고 인상률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인상률 목표치를 10%까지 올려잡은 상태다.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자 생활 안정이라는 최저임금제 취지에 맞게 심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지난해부터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실생활 먹거리 물가는 8.7%나 상승했고 동네 음식점에 가면 1만원 이하인 메뉴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문재인 정부 초기 급격히 올린 최저임금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은 데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동결까지도 언급하는 상황이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할 거로 전망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고는 있지만,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들은 여전히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올해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차등 적용이 이뤄진 것은 최저임금제 도입 첫해인 1988년 한 번뿐이다. 당시는 업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지지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차등 적용이 이뤄지면 일부 취약업종에 저임금의 낙인을 찍을 수 있다고 반대한다.

    노사 양측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인상 폭과 '차등적용'을 두고 견해차를 보이면서 올해 심의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