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 쌍용차 인수 참여 공식화자금력 부족… 시너지 효과 '글쎄'일각선 "주가 부양·자급 확보 목적 아니냐" 의구심쌍방울 "진정성 갖고 검토 중… 자금 조달 무리 없어"
  • ▲ 쌍방울그룹 신당 사옥.ⓒ연합뉴스
    ▲ 쌍방울그룹 신당 사옥.ⓒ연합뉴스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가운데 그 배경에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자본 잠식에 빠진 쌍용차를 되살리려면 조 단위 자금이 필요한데 자금 동원력 측면에서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는 것. 생각보다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간 시너지 효과도 인수 참여의 진정성을 의심 갖게 하는 요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매각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 벌써 3~4곳의 기업들이 인수 의향을 밝히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앞서 자금 조달 실패로 인수가 무산된 에디슨모터스가 금호에이치티(HT)와 손잡고 쌍용차 인수 의지를 재차 드러낸 가운데 쌍방울그룹과 소방차·특장차 생산기업 이엔플러스 등이 후보로 부상했다. 

    특히 쌍방울그룹은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무산 직후 쌍용차에 가장 먼저 문을 두드렸다. 현재 쌍방울그룹은 임원을 포함 10여 명으로 구성된 쌍용차 인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쌍용차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과 컨소시엄 구성안을 짜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룹 특장차 제조 회사인 광림을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 아이오케이, 광학부품 제조사 나노스, 외부 재무적 투자자(FI) 등이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쌍용차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수 년째 정체에 빠진 속옷사업을 대신할 신사업을 발굴하고 특장차 부문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노리고자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림은 완성차를 분해·재조립해 소방차, 환경차, 냉동탑차 등 특장차를 만들고 있다.

    만약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성공하면 특장차의 생산과 개조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어 비용과 속도 절감이 가능해진다. 또한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함께 기존의 현대차, 기아 등에 편중된 공급의존도도 낮출 수 있게 된다. 미국 업체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솔루션 사업이나 그린 에너지 사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쌍방울그룹은 이번주 중 인수의향서(LOI)를 내고 이르면 다음주 중 쌍용차 인수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쌍방울그룹의 인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보내고 있다. 자금력이 크게 모자라는 데다 시너지효과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쌍방울그룹은 앞서 이스타항공 인수전에서도 중소기업인 성정에 밀린 전례가 있다. 

    자금 조달력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지난 1월 본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2700억원의 인수대금을 기한 내에 내지 못해 지난달 계약 해제를 통보 받았다. 자동차업계는 쌍용차 인수부터 시작해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에 1조원이 넘는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4400억원에 불과하다. 아울러 이들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 또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1200억원 수준에 그쳤다. 특히 쌍용차 인수 핵심 고리인 광림은 지난 5년간 매년 200억~300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관계사의 부품 매출 증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장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쌍용차가 자본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특장차 제조분야에 한정된 시너지만 보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려는 것이 설득력이 낮다는 관측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쌍방울그룹이 주가 부양이나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쌍방울그룹은 과거 주가조작과 관련해 몇 차례 불미스런 의혹에 휩싸인 적이 있다. 쌍방울그룹의 실제 소유주로 불리는 김성태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주가조작 혐의로 2014년에 구속기소 된 전례가 있으며, 나노스 또한 몇차례 시장으로부터 주가조작의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 

    쌍용차 인수전 참여 소식이 알려지면서 광림을 포함한 쌍방울그룹 계열사 주가는 최근 2거래일 30% 가량 뛰었다.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짐에 따라 기업가치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아울러 쌍용차와 광림을 합병했다가 분할, 재상장해 되팔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유입된 투자자금을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 회복에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쌍방울그룹은 사업경쟁력 강화 및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쌍용차 인수를 진정성 있게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지난해말 마련해 놓은 1200억원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 인수에 필요한 초기 자금 3000억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쌍방울그룹이 부족한 금액은 FI를 통해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력 후보로는 KH그룹이 거론된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일각에선 의심하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진정성있게 참여할 것”이라며 “태스크포스에 주요 계열사 고위 임직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마련한 자금이 있는 만큼 자금 조달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