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완화 가능성…낙찰률 증가낙찰가율 답보…공약 구체화시 반등 전망
  • ▲ 자료사진. 법원 경매. ⓒ뉴데일리경제 DB
    ▲ 자료사진. 법원 경매. ⓒ뉴데일리경제 DB
    수도권 아파트 경매 시장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낙찰률(물건 수 대비 낙찰 건수)이 올랐고, 수십명의 입찰자가 몰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낙찰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만큼 대출 규제 완화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들이 구체화하는 시점이 돼서야 본격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11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70%대를 기록한 후 줄곧 내림세를 보였던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지난달 57.4%로 집계됐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올해 1월 53.8%까지 떨어졌지만, 2월 57.6%로 반등한 뒤 3월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 낙찰률은 한 달 전보다 5.3%p 상승한 55.3%, 경기는 3.5%p 오른 59.8%를 기록했다. 인천의 경우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1월 56.4%에서 2월 78.3%까지 상승했으나, 불과 한 달 만에 30.1%p 빠지면서 48.2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에 수십명의 입찰자가 몰리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3월16일 진행된 경기 이천시 부발읍 진우아파트 전용 60㎡ 경매에는 54명이 참가해 감정가의 약 두 배에 달하는 2억7300만원에 낙찰됐다.

    경기 평택시 비전동에 위치한 은행아파트 전용 51㎡도 48명의 입찰자가 몰리면서 감정가액 9700만원의 1.5배를 넘는 1억5200만원에 낙찰됐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현대아파트 전용 60㎡ 매물에도 47명이 몰려 4억279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 시장 분위기가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대출 규제 완화와 부동산 세제 개편을 공약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폐지하고 생애최초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로, 그 외 지역은 LTV 70%로 일원화 등을 약속했다.

    현재 서울 전역은 투기과열지구로, LTV가 9억원 이하 40%, 9억원 초과는 20%로 적용되며 15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에는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올해부터 대출 총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받는 등 규제가 강화되며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주택 공급을 앞당기기 위한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감정가 대비 낙찰가 수준을 보여주는 낙찰가율과 물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소폭 하락하거나 제자리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아직 경매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해 8월 117%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달 평균 99.5%까지 낮아져 2020년 9월 97.5% 이후 처음으로 100% 밑으로 내려왔다. 수도권 아파트 법원경매에 참여한 평균 응찰자 수도 지난달 7.6명으로 전월 8.4명에 비해 줄어들었다.

    서울의 경우 낙찰가율이 96.3%로 집계됐다. 서울 낙찰가율은 2020년 9월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119%와 비교하면 23.6%p 감소했다.

    서울 낙찰가율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7개월 동안 110%를 웃돌며 다섯 차례나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다. 2월 1년 만에 100% 아래로 떨어진 이후 두 달째 90%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관망세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낙찰가율이 지속해서 떨어지는 것은 강력한 대출 규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예전처럼 무턱대고 진입하는 게 아니라 보수적인 가격을 써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 규제가 풀리면 낙찰가율은 다시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아직 규제가 완화되지 않은 만큼 5월까지는 하향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정 즐거운경매 대표도 "정권 교체를 앞두고 투자수요의 눈치 보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5월 초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구체화하면 경매 시장 분위기도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