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영업성적 반등… 경쟁력 제고 속도안정적 재무구조 친환경 에너지기업 가속
  •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현대엔지니어링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저니어링의 연내 상장이 사실상 물거품된 가운데 새 수장인 홍현성 신임 대표이사가 기존 사업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진출 기반 마련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환경·에너지기업으로 탈바꿈해 중장기 관점에서 IPO를 재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홍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홍 대표는 현대엔지니어링 오만 MGP 프로젝트 현장소장, 쿠웨이트 KLNG컨소시엄 총괄 현장소장, 플랜트수행사업부장, 플랜트사업본부장을 역임한 '플랜트통'이다.

    홍 대표는 글로벌 건설산업 트렌드와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적임자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EPC 사업경쟁력 강화 및 에너지·환경 중심의 미래 신사업으로의 전환 등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먼저 지속성장의 기반을 구축하고 급변하는 건설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한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은 코로나19 여파로 수익성이 다소 저하됐지만, 이내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 7조3551억원, 영업이익 3646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7조1884억원)은 2.31% 늘어났으며 영업이익은 2587억원에서 40.9% 뛰었다.

    다만 직전 5년(2016~2020년) 평균치에는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평균 매출은 6조6969억원이며 영업이익은 4259억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0년 해외 플랜트 사업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기 지연 등이 발생하며 예정원가가 증액됐으나, 총공사비 조정이 증액분에 못 미치면서 손실이 발생, 영업 수익성이 하락했다.

    지난해에도 플랜트 부문 예정원가 증액과 공사비 조정 차이로 인한 추가 손실 반영은 플랜트/인프라 부문에서 -333억원이 발생했다. 그러나 백신 접종 확대로 현장별로 공사가 재개되면서 수익성이 전년보다는 개선됐다.

    실제 2017년 86.2%에 불과했던 원가율이 2020년 92.4%까지 지속 증가했으나, 지난해 89.6%로 낮아졌다.

    주거 부문의 경우 지난해 아파트 8000여가구를 포함, 총 1만3000여가구를 공급했다.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100%의 분양률을 나타내고 있어 분양성과가 우수한 편이며 일부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 시설, 상가의 경우 분양률 50%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분양 경기가 양호한 수도권 및 광역시 비중이 각각 50.2%, 36.3%로 지역 포트폴리오 비중이 양호하다. 특히 PF 보증 사업 대부분 100%의 분양률을 기록,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이 낮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밖에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계열매출은 사업 안정성에 보탬이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계열의 생산설비 및 사옥 공사를 전담하고 있으며 계열사 시설물 유지·관리 등 자산관리 부문 매출이 1조원 안팎에 이른다.

    이와 함께 최근 3년간 평균 10조원대 신규수주를 달성하면서 계약잔액이 △2019년 21조원 △2020년 23조원 △2021년 28조원 순으로 증가한 점 역시 실적 개선에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연됐던 해외공사 현장이 정상화돼 이익률이 높아졌다"며 "국내에서도 주택 분양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도시정비사업 착공도 이뤄져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 ▲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현대엔지니어링
    ▲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의 중요성에 발맞춰 글로벌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이산화탄소 자원화 및 청정수소 생산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로 지속가능한 신성장동력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폐플라스틱 자원화 ▲이산화탄소 자원화 ▲암모니아 수소화 ▲초소형 원자로 ▲자체 전력 생산사업을 추진한다. 친환경 분야에서는 폐기물 소각과 매립 사업을 각각 계획하고 있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환경 변화에 발맞춘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는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전 세계에 몰아치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에 발맞춰 이산화탄소 자원화와 청정수소 생산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R&D를 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신성장동력을 마련해 글로벌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에 실패하면서 신주 발행 자금으로 추진하려던 신사업에 타격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구주매출 비중이 높았고,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다 보니 신사업 추진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차입금의존도는 0.40%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 수준이며 부채비율 67.5% 역시 10대 건설사에서 삼성물산 65.6%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업계 최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낮은 차입 구조를 유지하면서 이자비용도 37억원에 불과하다. 10대 건설사의 평균 이자비용은 513억원이다.

    또한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200%대 유동비율(203%)을 시현하면서 유동성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10대 건설사 유동비율은 평균 149%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IPO 계획은 미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신사업 추진을 위한 실탄은 확보한 상태"라며 "특히 2030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해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신사업에서 확보하겠다는 계획은 이상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의 연내 상장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증권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그 효력이 6월 초 종료되기 때문에 신규 상장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관 수요예측 및 일반청약 결과가 담겨야 하고 자금 납입까지 끝내야 하는 만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2월10일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올해 2월8일 공모자금 납입을 계획하는 등 2개월의 시간을 수요예측과 일반공모 등에 할당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증권신고서 제출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모구조와 밸류에이션 등 증권신고서에 담길 내용에 대한 발행사와 주관사간 논의 역시 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 환경이 녹록지 않은 데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자금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다"며 "신사업을 어느 정도 키운 뒤 내년 이후 상장을 목표로 시기를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월 현대엔지니어링은 IPO를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공모주 1600만주 중 기관 배정 물량인 1200만주에 대해 매입 주문을 받았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5만7900~7만5700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경쟁률이 30대 1 수준에 머무르며 최종 공모가 역시 밴드 하단에 형성됐다. 당시 전체 공모주의 75%가 구주매출로 책정되면서 신사업 확장보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재편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시장의 인식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