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부동산신탁' 2019년 교보생명 인수…이후 사명 변경관리형 신탁사업→책준형 신탁사업…2023년부터 적자전환대출채권 대손상각비 1084억원…전체 영업비용 75.4% 수준올해 486억원 토지신탁 사업 부실처리…교보생명 부담가중
  • ▲ 교보자산신탁 본사 건물ⓒ네이버지도 갈무리
    ▲ 교보자산신탁 본사 건물ⓒ네이버지도 갈무리
    교보자산신탁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사업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됐고 1600억원 규모 부실채권에 누적손실이 9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재무건전성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교보생명 계열사로서 그룹내 '부실 계열사'로 전락하며 모회사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자산신탁 본래 명칭은 생보부동산신탁으로 1998년 12월 부동산신탁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후 토지신탁사업을 위주로 성장했다. 2001년부터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했고 2019년 교보생명이 삼성생명 보유지분을 인수하면서 생보부동산신탁은 교보생명 100% 자회사가 됐다. 이후 사명도 교보자산신탁으로 변경했다. 

    인수 당시 교보자산신탁은 순이익기준 업계 7위, 담보신탁부문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당시 3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가 넘고 5년간 연평균 순이익 성장률(CAGR)이 90%를 상회했다. 순이익 성장률은 기업이 일정기간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얼마나 증감했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지표로 경영 효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교보자산신탁은 인수전까지만 해도 담보신탁 위주의 관리형 신탁사업에 집중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을 해왔지만 교보생명에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부동산신탁사 사업방식은 크게 차입형 토지신탁과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두가지로 나뉜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주도적으로 사업비를 조달하는 반면 책임준공형 신탁은 신용도가 낮은 건설사가 신탁사 '명함'을 빌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후 신탁사에 '명함 값'으로 수수료를 주는 식이다. 

    신탁업계 후발주자인 금융계열 신탁사는 2015년 책임준공형 신탁제도가 시행되자 이를 통해 공격영업에 나서며 몸집을 불렸다. 교보자산신탁 또한 이기간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사업을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  

    지난 2014년 188억원이었던 영업수익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늘어나 지난 2019년 669억원까지 급증했다. 영업이익 경우 영업수익보다 더 큰폭으로 증가했다. 2014년 50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1년새 230.5% 급증해 166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에는 373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책임준공형 신탁은 이후 부동산 PF시장 경색으로 한계에 봉착했다. 부도 등 이유로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건설사가 늘어나면서 부담이 신탁사로 전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의 PF 구조조정에 따라 앞으로 대출만기 연장에 실패하는 사업장과 부도 건설사가 추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교보자산신탁도 2023년 375억원 적자전환을 시작으로 8분기연속 적자를 기록중이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PF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부실이 커진 것이 주요원인으로 분석된다. 책임준공형 신탁은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일종의 보증을 선 신탁사가 금융비용 등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올 상반기 영업비용은 수익을 웃도는 14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상반기 영업손익은 마이너스(-) 921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745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대출채권 대손상각비가 상반기 1084억원 기록하며 전체 영업비용의 75.4%에 달했다. 

    교보자산신탁 대손상각비는 최근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1년 5억원 수준이던 대손상각비는 2022년 163억원, 2023년 942억원, 2024년에는 2577억원으로 급증했다. 

    상각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대출채권을 손실 처리하는 절차다. 대출채권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만큼 회계상 손실로 인식된다.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해 미리 적립해두는 대손충당금과 달리 비용을 인식하고 재무제표에서 제거되는 개념으로 향후 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매출 또한 5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573억원 대비 9.8% 감소했다. 토지신탁 수수료수익 감소가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315억원에 달했던 토지신탁 보수는 올해 139억원으로 55.9% 줄었다. 경기침체로 부동산 개발사업이 위축된 결과다.

    실적부진이 이어지자 최근에는 486억원 규모 토지신탁사업을 부실처리했다. 교보자산신탁이 대규모 토지신탁사업을 부실처리를 한 것은 올 들어서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8월 396억원 △9월 393억원 △11월 329억원 부도채권 발생을 공시한 바 있다. 이에 최근 발생한 부실채권을 단순합산시 손실금액만 1600억원을 상회한다.  

    부실 규모가 자기자본의 10% 이상인 경우에만 공시 대상이 되는 만큼 실제 부실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대주단과 시행사 등과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부실화에 교보자산신탁은 급하게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6월 500억원의 단기차입을 시작으로 10월과 11월에도 500억원씩 추가로 차입했다. 자기자본도 확충했다. 12월에는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같은달 1000억원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부실 신탁사업 정리를 선언한 교보자산신탁은 경기 군포시 금정2구역 재개발 등 수주 성과는 있지만 수익성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준공실적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핵심수익인 신탁보수는 대부분 준공후 분양성과에 좌우된다. 현재까지 교보자산신탁은 약 20곳 현장을 관리 중이지만 한 곳도 준공되지 않았다. 지난해 신탁보수 491억원중, 분양대금에서 나온 수익은 15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단순관리 수수료였다.

    교보자산신탁 부진은 교보생명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교보자산신탁 유상증자에 1000억원, 신종자본증권 인수에 1780억원 등 지난해에만 278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전문가들은 신탁사의 '옥석가리기'가 실패에도 실적부진 원인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현석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상황이 좋을 땐 문제가 없지만 업황악화시 미분양이나 중소형시공사들이 준공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 대한 예측과 미흡하게 사업을 검토한 신탁사 책임도 상당하다"며 "신탁 재산을 처분해 상환 가능한 부분이 있더라도 신탁사 입장에선 부담이 크고 현재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