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등 글로벌 이슈에 철광석 가격↑ 후판, 선박 건조 가격에 20% 차지조선업계, 실적 개선 속도 더뎌질까 우려
  • ▲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한 직원이 선박건조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한 직원이 선박건조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매년 상·하반기 두 번으로 나눠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지난해 중국의 감산 조치로 인한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후판 협상에 불리했던 조선업계가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또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후판은 선박을 건조할 때 쓰이는 두께 6mm 이상의 철판이다. 후판 가격은 선박 건조 비용에서 20% 수준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조선 후판 가격은 상반기 톤당 80만원, 하반기 110만원으로 인상된 바 있다. 

    당초 조선 3사들은 올해 상반기 후판 협상에서 가격 인하 또는 동결을 기대했다. 지난해 5월 톤당 237.6달러까지 올랐던 철광석은 지난해 11월에는 89달러선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연말 철광석 가격이 크게 내리면서 올해 초에는 가격 인하 또는 동결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주요 원자재가 상승하면서 조선업계는 또다시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 1월7일 기준 톤당 125.18달러에 거래되던 국제 철광석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이달 8일에는 톤당 159.25달러로 크게 올랐다. 3년 전 가격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급등한 후판가 인상분을 충당금으로 반영하며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만큼 후판 협상에서 동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철강업계에서는 원가 부담이 커진 만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 ▲ 조선용 후판. ⓒ현대제철
    ▲ 조선용 후판. ⓒ현대제철
    ◇ 2년 연속 후판 가격 인상, 조선업 흑자전환 악영향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는 올해 1분기 152억 달러 규모의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3사가 올해 제시한 수주 목표치인 373억 달러의 약 40.1%를 3개월 만에 채운 것이다.

    조선 3사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중심의 선별 수주와 선가 상승으로 적자 규모 축소에 이어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으나 철광석 가격 불안으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하반기 모두 후판 가격을 인상한 상황에서 2년 연속 가격 인상은 큰 부담이 된다”며 “수익성과 직결되는 후판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건조비용 상승으로 실적 개선 시점도 그만큼 늦춰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도 글로벌 원자재가 상승 여파로 올해도 후판 가격이 뛴 상태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톤당 3500위안(한화 약 60만원)에서 철광석 가격이 치솟았던 지난해 상반기 6500위안(약 125만원)까지 상승 후 하락 추세를 보이다가 최근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 후판가격은 5000위안(약96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일본은 2019년 톤당 600달러(약 70만원)선에서 후판이 거래되다 지난해 900달러(약 110만원)를 찍은 뒤 등락을 거듭하더니 올해 초 톤당 1000달러(약 120만원)까지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