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시장 비중 큰 중형선사 피해 클 듯 해운업계 “전원회의 이후 대응 본격화”
  • ▲ 부산 신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연합뉴스
    ▲ 부산 신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상 운임 담합 관련 추가 제재를 예고해 해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해운사들이 한국-중국, 한국-일본 노선에서 운임을 담합했다며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한국-동남아노선에 대한 과징금 부과에 이어 약 석달 만에 나온 추가 제재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이 2002년부터 2018년까지 한중, 한일 항로를 운행하며 운임을 담합하고 유류할증료 등 추가운임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얻은 것으로 판단,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각 선사에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날까지 각 선사에 의견서를 제출받고 오는 27~28일 이틀에 걸쳐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와 과징금 액수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중 노선은 HMM, SM상선, 팬오션,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국적선사 15곳과 중국선사 10여 곳, 한·일 노선은 국적선사 14곳과 일본선사 1곳 등이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노선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되면 아시아시장 비중이 큰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중형선사들의 피해가 클 전망이다. HMM, SM상선의 경우 제재 대상에 들어가 있지만 해당 노선의 점유율이 낮아 과징금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구체적인 과징금 액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중국, 일본 노선은 동남아 노선과 비교해 관련 매출액 규모가 작아 앞서 동남아 노선에 부과된 962억원보다는 작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 ▲ 지난 1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담합이냐 합의냐… 공정위-해수부 2차 충돌하나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한국-동남아 노선에서 15년간 운임을 담합한 HMM, 에버그린 등 국내외 23개 선사에 1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운업계는 이 같은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해 이의 제기를 건너뛴 채 곧바로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당시 공정위가 한-동남아 담합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와 극렬히 대립했던 만큼 이번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갈등이 재현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동남아 항로 운임담합 사건을 조사하던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해수부 등은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해운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등 공정위 압박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해운 재건 5개년 프로그램 덕분에 기적적으로 해운이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인데 이런 공정위 이슈가 해운 재건에 찬물 끼얹으면 안 된다는 염려가 있다”면서 해운사들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해운법 29조에는 ‘해운사들은 운임·선박 배치, 화물 적재 등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해운사들의 공동행위가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가 되려면 ▲사전에 화주와 협의할 것 ▲공동행위의 내용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할 것 ▲공동행위로부터의 탈퇴를 제한하지 않을 것 등을 충족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 요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해운업계는 지켜왔다고 맞서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중 노선 등 양국이 합의해 운영하는 노선이기 때문에 해운시장의 특수성을 공정위가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과징금 규모 등 전원회의에서 결론이 나온 이후 이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