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현 M&A팀 부사장,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이동'IB 출신' 임병일·'컨설팅 출신' 구자천, M&A팀 핵심 부상5년 전 하만 인수 이후 굵직한 딜 실종... 다시 M&A 닻 올려'크로스보더 딜' 전문가 임 부사장 역할 '관심 집중'
  • 삼성전자가 몇 년째 좀처럼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대형 인수·합병(M&A) 업무에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그동안 굵직한 딜 추진을 진두지휘했던 내부 출신 인사 대신 지난해 영입한 투자은행(IB) 출신 M&A 전문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딜 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에서 M&A 실무를 총괄해 온 안중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이름을 바꾼 삼성글로벌리서치로 발령했다. 안 신임 사장은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미래산업연구본부장을 맡는다.

    안 사장의 승진과 이동으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내에서 기존 안 사장의 역할은 지난해 팀에 합류한 임병일 부사장이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임 부사장을 총괄로 여형민 부사장과 구자천 상무 등이 M&A팀을 전담한다.

    임 부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사업지원TF M&A팀에 둥지를 튼 대표적인 외부 영입 인사다. 임 부사장은 삼성에 오기 전 리만브라더스와 크레디트스위스(CS), UBS증권 한국지점 대표 등을 거친 IB 출신으로, 삼성전자 입사 전에는 삼성증권 IB본부로 먼저 삼성에 첫 발을 들였다. 1970년생인 임 부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제 40회 행정고시에서 수석 합격하고 재무부 사무관으로 근무하다 2002년 리만브라더스로 옮기면서 IB 경력을 쌓았다.

    삼성은 지난해 임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임 부사장이 그간 진행해온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딜' 경력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이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딜도 글로벌을 기반으로 IT, 반도체, 전장, 헬스케어 등 분야도 광범위하다. 그만큼 삼성에서도 과거 대비 대규모 국제 거래 경험이 풍부한 IB 전문가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임 부사장과 같은 인사를 적극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M&A팀의 젊은 피인 구자천 상무도 글로벌 컨설팅 회사 출신의 외부 영입 인재다. 1981년 생인 구 상무는 원래 삼성전자에서 AP를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베인앤드컴퍼니로 자리를 옮겨 전략과 M&A 업무를 새롭게 시작했다. 그 곳에서 IT 연구원 출신이라는 강점을 살려 ICT 분야 M&A 전문가로 일하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로 다시 영입됐고 이듬해 사업지원TF에 합류했다.

    이처럼 삼성전자 M&A를 진두지휘하는 팀에 IB 출신 전문가들이 중심에 서게 되면서 삼성이 올해부턴 본격적으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대형 M&A를 추진해 성사시킬 가능성이 더 커졌다. 내부적으론 그간 M&A를 지휘했던 핵심 사령탑을 교체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M&A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5년 전 하만 인수를 마지막으로 빅딜 시장에선 자취를 감췄다. 이후 글로벌 IT 기업들이 M&A를 통해 발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유망 기업들을 선점하는데 더욱 속도가 붙었는데 삼성이 좀처럼 M&A 시장에 나타나지 않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M&A 추진에 대한 삼성의 의지를 다시금 확인시켜주면서 조만간 빅딜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이에 대비해 삼성이 이번 인사를 통해 M&A 조직을 재정비에 나서면서 기대감이 현실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더 힘을 받고 있다.

    삼성은 빅딜 추진에 본격 나서기 전 조직 재정비 과정을 통해 외부 출신 인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외부 출신 인사의 강점인 개방된 시각을 기반으로 업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채비를 갖추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업계 M&A 추진 과정이 각 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독과점 이슈와 맞물려 있는 등 복잡하고 다변화되면서 추진하는 딜을 인수 완료까지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전문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M&A업계 관계자는 "최근 엔비디아의 ARM 인수건만 보더라도 매물의 가격이나 조건 협상 뿐만 아니라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넘어야할 법적, 정치적 과제들이 많아졌다"며 "이처럼 ICT업계 빅딜을 추진하기 위해 경험이 풍부한 크로스보더 딜 전문가를 앞세우는 것도 좋은 전략 중 하나"라고 평했다.

    삼성글로벌리서치로 자리를 옮긴 안 신임 사장도 실무에선 빠지지만 미래산업연구본부를 이끌면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삼성전자에 필요한 M&A 전략을 세우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M&A팀 내에도 그동안 안 신임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 주요 거래를 성사시킨 내부 출신 인물인 여형민 부사장이 외부 출신 팀원들과 협력해 M&A 전략 수립에 균형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