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에 개인·외국인 투자자 거래량 연일 하락세코로나19 발발한 재작년 상반기보다도 더 줄어든 수치삼전·카카오 등 소액주주 감소…향후 전망도 ‘빨간불’
  • ▲ 15일 오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 15일 오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국내 증시에서 거래대금과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뚜렷한 투자 위축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주식시장 내 투자자 이탈 흐름은 최근 국내외 증시의 불확실성 증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조79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5조1336억원) 대비 36.6%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가장 거래대금이 많았던 지난해 1월(26조4778억원)보다 60%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80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 감소했다. 지난해 1월(15조6186억원)보다는 43.6% 하락했다. 

    거래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3월18일~4월19일) 사이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매수량은 각각 439억492만주, 441억7832만주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48억4333만주를 매도했고, 48억2001만주를 사들였다.  

    이같은 거래량 감소는 코로나19 사태 발발로 인해 주가가 대폭락한 재작년 상반기 같은 기간보다도 더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대폭락 시기와 겹치는 재작년 3월18일부터 4월19일 사이 한 달 간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량은 매도 491억2564만주, 매수 494억9542만주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61억3077만주를 매도하고, 58억7399만주를 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21년 3월18일~4월19일)과 비교해 보면 차이는 더 크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693억2910만주를 매도, 696억5371만주를 매수했다. 외국인은 57억4853만주, 58억4893만주를 각각 매도·매수했다. 

    거래량이 감소하는 데는 주가 하락이 제일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빈도는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도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도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실제 국내 증권사들은 연일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들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다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일제히 신용융자 이자율을 올렸다. 

    개인투자자의 빚투 규모도 줄고 있다. 지난해 9월 역대 최대인 25조7000억원에 달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2월 20조원대까지 줄어든 바 있다. 최근에는 22조원대를 기록 중이다. 빚을 내 주식시장에 유입했던 개미들이 금리가 오르자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수익이 나거나 주식시장의 위아래 변동성이 있을 때 거래가 수반된다”라며 “현재 주가 방향성이 위쪽이 아니다 보니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들은 추가로 주식을 살 이유가 적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이어 “시장이 안 좋은데 금리도 오르니 레버리지 투자를 해야 할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 또한 “금리는 상승하고 유동성은 회수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부담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번지고 있다”라며 “여전히 증시 유동성이 풍부하다곤 하나, 거래대금이 늘지 않는 이상 본격적인 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하기엔 요원하다”라고 분석했다. 

    소액 주주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도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소액주주가 가장 많은 삼성전자의 경우 소액주주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06만6351명으로 집계됐다. 전년(214만명)보다는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지난해 3분기(518만8804명)와 비교했을 때는 2.4% 감소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기준 191만8337명의 소액주주를 보유 중이다. 이는 지난해 3분기 201만9216명보다 5% 감소한 수준이다. 

    향후 증시 전망도 밝지 않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은 이제 막 인상을 시작한 만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더 내다 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황지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보고 최근 투자 심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등 모멘텀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