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1240억원 전년比 12.3% 감소영업손실 145억·순손실 147억 달해코로나19·화장품 경쟁 심화·포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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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뷰티숍 세포라가 한국 화장품 시장에서 맥을 못추는 모양새다. 진출 이후 처음으로 실적을 공개한 세포라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 불황에 따른 경기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포라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2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145억원으로 전년 보다 23억원 늘어났다. 순손실 역시 147억원을 기록했다.
세포라는 명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속해 있으며 미국·프랑스·이탈리아·중국 등 34개국에서 230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1호점을 열었다. 오픈 당일 500m가 넘는 대기 행렬이 이어졌고 사흘간 2만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이 여세를 몰아 서울 명동, 신촌, 잠실에 매장을 잇달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도 줄줄이 타격을 입으면서 세포라도 피해가지 못했다. 감염 우려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줄면서 세포라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체험형 매장이라는 차별성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여기에 국내 화장품 시장은 올리브영, 랄라블라 등 H&B스토어가 꽉 잡고 있는데다 이미 포화상태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1091억원, 139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 37% 증가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장 수만 무려 1200개에 달한다.
H&B뿐 아니라 화장품 브랜드도 원스톱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편집숍을 늘리면서 세포라가 기존 브랜드의 틈을 비집고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포라는 당초 2022년까지 국내 13개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말 명동점을 폐점했다. 현재 매장은 5곳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품도 좋고 다양해진 만큼 세포라의 독점 브랜드가 크게 메리트가 없었다"면서 "최근 화장품 업체의 자체몰 확대, 패션 플랫폼까지 화장품 판매를 하는 상황이라 온·오프라인 사업 확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