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료 산정체계 점검 요구업계 "IFRS17 앞두고 보수적 운영 불가피""만기 긴데다 일시적 흐름에 변경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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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최근 생명보험업계에 보험료 산정체계 점검 의견을 전달하면서 업계 내부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내년 신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앞두고 보수적 상품 운영이 필요한 형편에 당국이 사실상 보험료 인하 압박을 가하자 난감한 모습이다.

    당국은 가격개입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생보업계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금리 오르는데… 예정이율 왜 안올리나"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생보사에 예정이율 등 보험료 산출체계가 적정한지에 대해 자체 점검을 주문했다.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음에도 예정이율 변동이 없어, 보험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정이율은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얻을 수 있는 보험사의 예상수익률을 말한다. 예정이율이 올라가면 보험사는 그만큼 운영수익을 더 얻을 것을 예상해 적은 보험료를 받는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들은 대체적으로 예정이율을 상향 조정해왔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하는데, 금리 인상시 신규 채권투자에 기존보다 높은 이율이 적용돼 장기적인 운영자산 수익률이 높아진다. 특히 장기성을 띄는 생보사들의 이익개선세가 점쳐져왔다.

    3대 생명보험사(삼성·한화·교보생명)는 최근 몇년간 저금리 기조를 이유로 예정이율을 연 2.5%에서 2.0%로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0.5% 였던 기준금리가 현재는 1.5%까지 올랐고, 올 연말까지 해당 흐름이 이어질 기세다.

    ◆ "IFRS17 앞두고 보수적 운영 불가피"

    생보사들은 내년 IFRS17와 K-ICS(신지급여력제도) 도입을 앞두고 보수적 경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리상승은 보험사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동시에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IFRS17은 보험사 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 기준으로 변경된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금리 하락을 우려해 기존 보유 채권을 회계상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인상 흐름이 기존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IFRS17 도입시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익도 감소해 재무건전성 비율이 낮아지게 된다.

    실제 지난해말 기준 보험사의 RBC(지급여력)비율은 246.2%로, 전분기말(254.5%) 대비 8.3%p 하락했다.

    여기에 과거 판매한 저축성 상품 때문에 이율을 조정할 여유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생보사들은 자산 규모 확대 차원에서 저축성 상품을 다수 판매했다. 하지만 저축성 보험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이자를 내줘야 하는 상품으로 보험금이 부채로 인식, IFRS17 도입 후엔 생보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 보험사들은 팔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저축성 대신 보장성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는 상황이다.

    ◆ "종신보험, 정책 상품 아냐"

    일각에선 지나친 관치라는 불만도 나온다.

    A생보사 관계자는 "실손·자동차보험의 경우 정책·의무 상품이다 보니 어느정도 당국의 시장 개입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생명보험료 이율까지 관여하는 것은 지나친 관치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며 "물론 보험료를 낮춰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는 이해하나, 실적 혹은 금리 상승에 따른 무조건적인 보험료 인하 요구는 관련 산업을 후퇴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B생보사 관계자는 "예정이율은 대면 채널에서의 경쟁력이다. 예정이율이 높을수록 소비자들에게 높은 이익률 등을 제시하며 영업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회사가 관련 수치를 일부러 안올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예정이율을 올리면 보험사는 그 이상으로 자산 운용에서 수익률을 내야하는데, 회사마다 보유 채권 등 상황이 달라 예정이율을 무작정 올릴 수 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생보 상품은 만기가 길고, 보험료가 대체적으로 비싸 손보사 대비 빠른 예정이율 조정이 불가능하다"며 "일시적 시장 흐름에 예정이율이 좌우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