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실손 보험금 미지급률 1.05%3분기 말 실손 보험 피해구제 신청 건수 258건손해율 118.5% … 올해 실손 보험료 평균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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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계속 상승하면서 보험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금 지급 거절 사례가 늘면서 불만도 함께 커지는 상황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가입 연령을 확대하는 개편안을 내놨지만 일각에서는 고령층 가입 증가로 인해 손해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보험금 지급 문턱 높였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보험업계는 손해율 악화를 막기 위해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14개 손해보험사가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평균 비율은 1.0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요 5개 손보사의 청구 건수는 약 212만940건, 평균 미지급률은 1.1% 수준이었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가장 큰 이유는 약관상 면·부책으로 전체 부지급 사례의 83%를 차지했다. 이는 약관상 보장 범위를 벗어난 경우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한 사례다. 이외에도 고지의무 위반(12.8%) 보험계약 실효 및 기간 만료(2.3%) 보험사기(1.6%) 순이었다. 

    보험금을 받지 못한 사례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실손보험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1016건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는 258건이 접수되며 2021년(93건)의 약 2.8배로 증가했다.

    보험사의 지급 거절 주요 사유는 치료 필요 불인정 44.6%(453건), 입원 필요 불인정 22.7%(231건), 본인 부담 상한액 환급금 불인정10.3%(105건)를 차지했다.

    특히 백내장 수술이 실손보험과 관련한 피해구제 신청에서 가장 큰 비중(286건)을 차지했으며 도수치료(164건), 무릎 줄기세포 치료(4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보험업계가 일부 병원의 불필요한 시술 권유나 비급여 진료 증가가 보험금 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지급 심사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많이 판매하는 보험사의 경우 부지급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조건에 맞지 않는 청구 건수도 많아 전체 청구 건수에 비해 부지급률은 오히려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항목 누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급 심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90세도 실손 가입 가능" … 실손보험 손해율↑

    실손보험 손해율은 나날이 치솟고 있다. 1~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 2022년 117.2%에서 2023년 118.3% 지난 상반기 118.5%로 상승세를 보인다. 이는 통상적인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익분기점(100%)을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다.

    손해율 상승의 원인으로는 비급여 의료 이용 증가와 일부 병원의 과잉 진료, 도덕적 해이 등이 거론된다. 특히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줄기세포 치료 등 특정 비급여 항목에서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면서 손해율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생·손보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전체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평균 7.5%로 산출됐다고 발표했다. 1세대 실손 평균 인상률은 2%대, 2세대는 6%대, 3세대는 20%대, 4세대는 13%대 수준에서 인상될 예정이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신년사에서 "실손·자동차보험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소비자 신뢰 회복에 주력하겠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해 실손보험 개편과 자동차보험 보험금 누수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고령화 시대 노년층 의료비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령층의 가입 연령과 보장 연령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노후·유병자 실손보험 가입 연령을 현행 70∼75세에서 90세로 확대하고, 보장 연령도 100세에서 110세로 확대된다. 해당 개편안은 오는 4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손해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만큼 이번 개편이 수익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고객별 손해율을 반영한 보험료 책정이 이루어지는 만큼 손해율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