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빈틈 노려우리은행, 이자 포함 620억 가지급금 처리은행법 보다 허술한 기촉법도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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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 차장 A씨가 횡령한 돈이 57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년째 구조조정 파트에서 근무한 A씨는 이란 금융제재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용했다.

    A씨는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한 우리은행이 2010~2011년 이란의 다야니 가문으로부터 받은 계약금(578억)을 노렸다

    긴 협상 끝에 M&A가 무산되면서 우리은행은 이란측에 578억원을 돌려줘야 했지만 당시 미국의 對이란제재로 송금을 할 수 없었다.

    우리은행은 별도의 계좌를 통해 보호예수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기업구조조정 담당 심사역이라는 직분을 이용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세차례에 걸쳐 수백억원씩을 빼돌렸다.

    혼자서 대우일렉트로닉스 관련 업무를 담당한데다 이란제재라는 특수한 상황, 은행법 보다 헐거운 기업구조촉진법 등은 A씨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호기였다.

    A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을 동생과 함께 주식과 파생상품 등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횡령한 돈으로 선물옵션 등에 투자했지만 대부분 손실을 봤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안다"며 "자세한 횡령 규모는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건 올해 1월 외교부가 한국이 이란 다야니 가문에 지급해야 할 ISDS 배상금을 송금할 수 있도록 미국으로부터 특별허가서를 발급받으면서다. 

    주채권단(우리은행‧캠코) 측이 이란 다야니 가문에 계약금과 이자를 포함한 620여억원을 지난 27일까지 송금해야 했는데 은행 계좌에 돈이 없었다.

    A 씨는 우리은행 측이 자체 감사를 통해 비위 사실을 밝혀내고 고소장을 제출하자, 함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동생과 함께 경찰서에 자진 출석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고스란히 덤터기를 써야 했다.

    지난 27일 이란측에 계약금과 이자 등 620여억원을 가지급금으로 처리해 우선 지급했다. 우리은행 민사소송을 통해 횡령금을 환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 지는 미정이다.

    이번 사건의 구실 중 하나인 허술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은행의 기업구조조정 업무는 은행법이 아닌 기촉법 적용을 받고 있다.

    채권회수, 회원권 매각, 주식 출자 전환 등 관리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은행법 보다 헐겁다. 자금 보관과 관리, 주기적 감사 등이 생략되기 일쑤라는게 금융권 관계자의 지적이다.

    차라리 은행들이 자체적인 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게 훨씬 낫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감독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은 28일부터 즉시 현장수시검사에 착수했다.

    한편 수사를 맡은 남대문서는 "확인되지 않는 내용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만 현재 피의자는 돈의 사용처 등 의미 있는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