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자율규제-최소한 제도적 장치 마련"플랫폼社 '환영'… 소상공인 "자율규제론 한계"전문가들 "先자율규제 後대안 마련이 적절"
  • ▲ 지난해 11월29일 국회 앞에서 열린 '온플법 처리 불발 국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온플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11월29일 국회 앞에서 열린 '온플법 처리 불발 국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온플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 제정이 흐지부지될 공산이 커졌다. 이에 더해 새 정부에서는 기업들의 자율규제를 하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지면서 온플법은 결국 폐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3일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플랫폼 분야의 거래 질서 공정화를 위해 자율규제 방안과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규제대상 행위는 입점업체 사업 활동 제한과 눈속임 마케팅·거짓 후기 등 소비자 기만행위다.

    이 과정에서 인수위가 온플법 폐기에 대한 입장은 표명하지 않았지만, 플랫폼 기업의 역동성과 자율규제를 강조해온 윤석열 당선인이 현 정부처럼 무작정 온플법을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플법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20년 6월부터 추진해왔다. 플랫폼 사업자는 중개사업자로서 심판관의 역할을 해야하지만, 선수 역할을 겸하면서 자사상품이 입점업체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노출되도록 불공정거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온플법에 상품 노출 순서나 기준, 입점업체의 권리와 의무 관계 등 입점업체가 계약시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항목을 기재해 반드시 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 위원장은 온플법 제정을 적극 추진해왔지만, 반대에 부딪히자 법 적용 대상 기준을 수수료 수취액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액 1000억원 이상에서 수수료 수취액 1000억원 또는 중개거래액 1조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안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온플법 제정을 위해서라면 법 적용 대상 기업의 매출액 기준 완화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준이 적용될 경우 온플법 적용 사업자는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쿠팡, 인터파크, 위메프, 티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카카오커머스, 야놀자, 여기어때, 배달의민족, 요기요, 구글플레이, 애플앱스토어, 원스토어, 네이버쇼핑, 다나와, 에누리닷컴, 카카오모빌리티 등 19개 기업이다. 

    공정위가 법 적용 기준을 완화했음에도, 업계와 학계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성장보다는 규제에 초점을 맞춘 공정위가 오로지 속도전에만 매달려 의견수렴 과정과 공감대 형성, 부작용 등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온플법 수정안은 공정위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관할 부처가 많고 보호해야 할 입점업체인 중소사업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소관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실태조사 시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에 따른 조사, 과기부는 부가통신 실태조사, 방통위는 법률안 실태조사 등 중복조사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품 노출기준 공개가 입점업체를 보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개기준을 악용해 입점업체가 동일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전송하는 어뷰징이 일어나 소비자 이탈과 플랫폼 서비스의 질 저하라는 문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수위가 말하는 '자율규제'를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소상공인 등은 자율규제만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의 불공정거래를 막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는 것보다는 시장에 대한 이해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성급하게 온플법을 제정하기보다는 자율규제를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대안을 찾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대규모유통업법처럼 온플법도 별도법으로 제정하겠다고 하지만, 공정위가 그동안 해 온 방식을 보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온플법은 입법을 서두르다보니,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한, 첫 단추를 잘못 끼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업계의 문제는 사업주체가 제일 잘 아는데 정부가 규제하겠다고만 해선 안되고, 정부가 해야할 일과 시장에 맡겨야 할 일에 대한 분명한 선이 전제된 상태에서 규제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는 "온플법과 관련, 유럽연합(EU) 등의 규제 대안 등을 활용해 볼 수는 있지만, 유럽과 우리나라의 시장여건이 다르다"며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자율규제로 가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규제요인을 찾아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