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머티리얼즈, 지난해 매출 6889억, 영업이익 699억 달성… 그룹 '캐시카우'최대주주 허재명 대표 53.3% 지분 매각 나서최근까지 공장 증설 발표… 갑작스러운 매각 추진에 재계 '의아'
  • ▲ ⓒ일진머티리얼즈
    ▲ ⓒ일진머티리얼즈
    일진그룹이 캐시카우로 꼽히는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는 매각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고 지분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 대상은 일진그룹 창업주 허진규 회장의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소유한 지분 53.3%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자사 최대주주는 일부 원매자들에 대해 지분매각 등 다양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난주께 티저레터 배포를 시작해 원매자 몇 곳이 이를 수령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포 대상으론 블랙스톤과 칼라일그룹, 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와 전기자동차 배터리 및 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롯데, LG, SK 등 대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롯데는 롯데케미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으로 PI첨단소재에 관심을 가졌으나 일진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핵심소재인 동박(일렉포일·Elecfoil)을 생산하는 업체로 SK넥실리스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동박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약 6889억 매출액, 영업이익 699억원 기록했다. 올 1분기에는 매출 2001억원, 영업이익 216억원을 올렸고, 올해 연간 매출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 ▲ 허재명 대표ⓒ뉴데일리DB
    ▲ 허재명 대표ⓒ뉴데일리DB
    재계는 일진그룹의 알짜 계열사가 급작스럽게 M&A시장에 나왔다는 점에서 매각 동기에 의구심이 큰 상황이다. 시장서 적극적인 사업 확장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1조원 단위의 해외법인 증자에 나섰다. 최근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매각하는 PI첨단소재 예비입찰과 넥스플렉스 예비입찰에도 참여하기도 했으며, 지난 13일엔 말레이시아 공장에 이어 2024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해 스페인 카탈루냐에 2만5000톤 규모 생산공장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분기보고서를 통해서도 "대내외 환경을 면밀히 파악하여 올해 양적 확장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며, 30년 이상 쌓아온 노하우와 업력을 바탕으로 동박 시장을 선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2차전지 수요는 전기자동차의 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회사의 미래와 성장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매각에 나섰기 때문에 의아한 점이 많다"고 밝혔다.

    재계는 설비 투자 부담, 대기업 선정 등 오너 부담 등 매각 경위를 추측에 나섰다.

    일각에선 가족 내 분쟁설도 제기됐지만 일진그룹은 사실상 계열분리가 이뤄져 형제간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장남인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가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일진하이솔루스 등을 지배하고 있다. 허재명 대표는 일진머티리얼즈를 비롯해 일진건설, 일진유니스코, 오리진앤코, 일진디스플레이 일진제강 등을 경영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경영 분리가 완료돼, 형제 간 독자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동박 시장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설비 투자 부담이 가중되며 홀로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경쟁사 SK넥실리스는 재계 2위 SK의 적극적인 투자로 동박 생산능력을 높이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법인의 동박 공장 증설 투자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에 2550억원 규모로 참여했으며, 또 같은 이유로 폴란드 법인 유상증자에도 1000억원을 투자했다. 추가로 SKC의 유휴부지를 살려 해외 공장을 건설할 계획도 세우는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 배경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시장의 추측이 전부이고, 설명이 부족한 만큼 실사를 통해 매각측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