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정은보 전 금감원장 “법·원칙 따라 감독행정 실행돼야”

7일 퇴임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이임사에서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또 사전적 감독과 사후적 감독의 균형을 당부했다. 

정 원장은 이날 오후 이임사를 통해 “감독의 본연은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있다”라며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끊임없이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과 늘 호흡을 같이하면서 적절한 지도와 지원을 해주시기 바란다”라며 “과도한 재량적 감독 대신 법과 원칙에 따른 감독이 금감원에 뿌리 내려 더욱 신뢰받는 감독기구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한 이후 10여 개월간 금융감독원이 법과 원칙에 기반을 두도록 노력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그는 올해 금감원 검사 체계를 정기·수시 검사로 개편한 뒤, 검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 원장은 “금융산업이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감독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취임 이후 누차 경고해온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덮치는 위기)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사전적 감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통협력관, 자체 감사 요구제 등을 활용해 금융회사가 리스크 요인을 예방할 수 있도록 지도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 원장은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한 점을 자신의 성과로 꼽았다.

그는 “복잡·다양한 금융상품과 디지털화 등 금융환경 변화로 인해 사후적 제재만으로는 금융소비자를 온전히 보호하기 어렵다”라며 “금융상품 설계·개발 단계에서부터의 감독과 금융상품 통합모니터링 정교화 등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제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살펴봐 달라”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마지막으로 사회·경제구조 변화에 걸맞은 금융감독 정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임해달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가령, 금융중개의 일반적 규율체계를 마련해 금융회사와 빅테크의 공정경쟁을 보장하고, 신탁산업을 육성해 종합재산관리 기능과 혁신사업 지원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책 노력을 통해 금감원이 금융권의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후임 금감원장에는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