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래대금 감소에 올 들어 대형사 광고비 줄이는 추세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당분간 보수적 기조 유지마케팅 유무에 영향력 큰 중소형사, 광고비 확대·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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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증시가 급격히 위축되며 거래대금이 감소하자 그간 개미투심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광고비를 집행했던 대형 증권사들이 허리띠를 부쩍 졸라매는 추세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사는 상대적으로 쉽게 광고비부터 줄이고 있지만 마케팅 유무에 따라 고객 유입 영향을 크게 받는 중소형사들은 광고비를 확대하거나 유지하는 모습이다.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증권사 10곳은 올해 1분기 455억2891억원의 광고선전비를 집행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32.82% 줄어든 규모다.광고비 감소폭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지난해 가수 임영웅을 모델로 기용, TV광고로 수십억대 광고비를 집행했던 키움증권이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광고비는 77억694만원으로 전년보다 70%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중개형 ISA계좌, 다이렉트 IRP 출시 등으로 공격적인 홍보에서 나섰던 삼성증권은 지난해 대비 66.9% 줄어든 17억원가량 광고비를 썼다. 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전년 대비 각각 20.9%, 53.5% 허리띠를 졸라맸다.
예외적으로 광고비를 확대한 곳도 있다. 그간 마케팅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던 일부 증권사의 경우 회사 정책에 맞춰 늘린 경우로, 메리츠증권이 대표적이다. 메리츠증권은 디지털 마케팅 전담부서 설립 및 유튜브 채널 등에 따라 광고비를 늘렸다.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도 전년 대비 광고비 집행 규모가 늘었지만 이는 지주 분담금 확대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코로나19 이후 증시 활황 속에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경쟁을 펼쳤던 대형사들은 올 들어 전반적으로 광고비를 줄이는 모습이다. 긴축 정책이 가시화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거래대금은 급감하는 추세에 발맞춘 행보다.
증시 약세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분간 대형사들은 보수적인 광고비 집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 한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거래량 상황 등 증시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2분기는 물론 올해엔 감축한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라면서 "지난 2년간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이미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광고비를 아무리 줄었어도 코로나 이전과 비교할 때 평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면서 "장 상황에 맞게 현업에서 필요한 이벤트 마케팅 등은 이어가겠지만 지금은 최소한만 유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형사의 사정은 이렇지만 중소형사들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도 쉽사리 광고비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마케팅 활동 유무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는 중소형사 특성상 그동안 유지했던 광고비를 줄이기란 쉽지 않아서다.
신생 핀테크증권사로서 기성 증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을 쓸 수밖에 없는 토스증권은 지난해 대비 무려 2585.9% 증가한 14억원가량을 광고비로 집행했다.
MZ세대 공략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왔던 유진투자증권도 지난해 대비 38.5% 늘어난 26억원을 올 1분기 광고비로 썼다.
다른 중소형사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대비 5.8% 늘어난 22억원을, 교보증권은 131.6% 늘어난 4억원을, 현대차증권은 87.1% 늘어난 6억원, SK증권은 27.2% 늘어난 5억원을 광고비로 집행했다.
중소형사 한 관계자는 "절대 액수면에선 대형사에 비해 작은 규모지만 기존과 비교할 때 회사 입장에선 크게 늘린 게 사실"이라면서 "브로커리지 영업에서 중소형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지닌 한계를 이벤트 등 마케팅 활동으로 그나마 방어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없으면 바로 체감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투자 지형이 변하면서 과거 코로나 이전보다 증권사들의 광고집행비 규모가 커졌다"면서 "당장 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비용을 있는 대로 줄여버리면 시장 분위기가 개선됐을 때 더 많은 비용을 써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