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300원선 장기화4대 시중은행 달러대출 100억달러 육박강달러 지속 전망, 외환보유고 '비상등'
  • ▲ 원달러 환율이 1300원으로 치솟고 코스피가 20포인트 이상 내린 지난달 30일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 원달러 환율이 1300원으로 치솟고 코스피가 20포인트 이상 내린 지난달 30일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달러가치가 상승하면서 대출까지 달러로 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달러대출 잔액은 93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올해 초 대비 15%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까지 치솟았고, 향후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전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03.4원까지 터치한 후 조정세를 거친 뒤 1301.5원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단기적으로 달러당 1350원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1300원대 환율이 일시적으로 머물다가 내려갈 것 같지 않다"며 "1300원이 뉴노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일대비 0.6p 오르며 105.11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105를 돌파한 것은 10년만에 처음이다.

    달러 거래 비중이 높은 수출 기업들은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달러를 미리 빌려놓는게 유리하다. 가파르게 상승한 원자재 결제를 달러 대출을 일으켜 막거나, 외화 결제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일본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면서 엔화로 결제하고 판매대금은 달러로 받고 있다"며 "장부상 영업이익 증대가 기대된다"고 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4월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30엔을 돌파한 이후 140엔까지 넘보고 있다.

    달러 사재기 현상에 외환당국은 보유 달러 매각에 나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올해 1분기 83억1100만달러를 순매도 했다. 지난해 3분기 71억4200만달러 순매도 이후 3분기 연속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총 순매도 금액은 223억달러에 달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속도가 빨라지면 강달러 현상은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 외환보유액도 부쩍 줄고 있어 대응카드 확보도 시급해 보인다. 5월 외환보유액은 4477억1000만달러로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화가치 약세요인이 우세한 가운데 환율이 1300원을 위협하는 수준이 형성됐고 경기침체 및 무역적자는 단기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현재 발생하는 과도한 환율 상승은 오버슈팅 영역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