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서울내 증여 830건…세부담 회피 목적가족간 거래 의심 직거래 13.5%, 올 최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전국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식 등 가족에 대한 주택 증여가 늘고 있다. 현재 집값이 정체기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 가족에게 '똘똘한 한채'를 물려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절세 등 이유로 집을 서둘러 처분해야 하는 다주택자중 상당수가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증여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830건으로, 작년 7월의 1286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보유세 과세 기산일인 6월1일을 앞두고 전달인 812건보다도 건수가 늘었다.

    반면 아파트 매수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월 전국 아파트 매매건수(신고 기준)는 15만5987건으로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적었다. 5월말까지 매매 건수가 20만건을 넘지 않은 것은 2012년과 2019년뿐이었다.

    또 지난주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8을 기록했는데, 9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매매수급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이 같은 통계는 정부 규제로 집을 서둘러 처분해야 하는 다주택자들이 최근 시장에서 매수세가 붙지 않자 절세를 위해 증여를 선택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6월 직전인 4~5월에 증여가 급증한 이유는 다주택자에게 부과된 세금 규제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재산세 부과 기준일인 지난 6월 1일 전까지 집을 처분해야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신고가 대비 가격을 크게 내려도 매수세가 붙지 않자 증여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는 아파트값이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은 구체적인 공급계획이 나오지 않은 만큼 매매보다는 증여가 실익이 큰 것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요즘과 같은 가격 조정기 때 증여하면 시세가 낮은 상태에서 소유권을 넘기는 것이라 세금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주택 증여는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3구'에서 집중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원 통계결과 지난 5월 기준 강남구 지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111건으로 한 달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서초(79건) 송파(58건) 등도 다른 지역에 비해 증여 건수가 많았다.

    일부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증여와 매매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북구의 경우 매수심리 위축으로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지난 5월 기준 증여 건수가 70건으로 매매(39건)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특정 매물이 갑자기 수억원 떨어진 값에 팔리는 ‘편법증여’ 의심 사례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형우베스트빌3차 전용면적 228㎡는 지난달 16일 21억2200만원(9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지난 4월 같은 면적의 집이 38억5000만원(6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한 달만에 절반 가까운 가격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런 거래의 경우 대부분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고 매매 계약을 맺는 직거래로 이뤄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직거래 비율은 지난 2월 12.0%를 기록한 뒤 3월에 7.7%로 줄었다가 4월과 5월에 2개월 연속으로 늘어났다. 특히 5월엔 13.5%로 올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직거래 중 상당수는 증여성 편법 거래를 의심해볼 수 있다"며 "특히 시세보다 4억~5억원 이상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 것은 가족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볼 수 있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가격 탓에 시장의 현실을 오인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