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전환 큰 그림에 노조 공감 정의선 회장 결단, 협상타결에 긍정 역할한국지엠·르노코리아, 올해 교섭 난항
  • ▲ 현대차 노사가 12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 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모습. ⓒ현대차 노조
    ▲ 현대차 노사가 12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 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모습. ⓒ현대차 노조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 유력해졌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위기와 미래차 전환에 대해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맏형’ 현대차가 상생의 길을 택한 가운데 기아, 르노코리아, 한국지엠의 교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이동석 대표와 안현호 노조지부장 등이 참석한 15차 임금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는 ▲기본급 9만8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수당 1만원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달성 격려금 100% ▲미래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노사 교섭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가 2년만에 강성 지도부로 구성됐고 안 지부장은 5월25일 임금투쟁 출정식에서 “올해 교섭은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사측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사가 이달 11일 교섭에서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를 마련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노사는 국내에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국내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하고 내년 상반기 내 신규 채용을 실시하기로 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을 비롯해 정년 연장, 신규인원 충원,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1차 협상안에서 기본급 8만9000원, 성과급 250%+300만원을 제시했고 2차 협상안에서는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성과급 280%+400만원, 주식 100주, 재래상품권 10만원으로 상향했다. 

  • ▲ 현대차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기아도 조만간 교섭 타결이 점쳐진다. ⓒ뉴데일리DB
    ▲ 현대차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기아도 조만간 교섭 타결이 점쳐진다. ⓒ뉴데일리DB
    노조는 오는 19일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만약 가결되면 2019년 이후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루게 된다. 노조는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해 “국내공장 투자와 신규인원 충원 등에 합의하는 등 조합원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를 감안하면 찬반투표는 무난하게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이번 교섭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결단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는 국내에 전기차 공장 설립 및 미래 투자를 요구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말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해 PBV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증설 등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노사가 국내 신공장 설립 및 신규 채용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대결적인 구도와 달리 올해는 노사가 상생을 모색하는 분위기였다”면서 “미래 모빌리티 전환이라는 큰 그림에 노조가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회사에서도 노조의 요구 중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기아 노사도 올해 교섭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통상적으로 기아는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임단협이 마무리됐다. 

    또한 기아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현대차 노조와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어 지난해와 같이 교섭 결렬을 선언하거나 파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 ▲ 르노코리아 노조가 집회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 르노코리아 노조가 집회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르노코리아 노사는 임단협 교섭 주기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임단협 다년합의를 통해 매년 교섭에 소모적인 시간을 줄이고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자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조는 다년합의를 할 경우 노조 무력화,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달 7일 5차 본교섭 후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11일 제12차 임시 총대의원대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노동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노조는 13~14일 이틀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며, 가결될 경우 1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2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에 착수했다. 한국지엠은 로베르토 렘펠 신임 사장이 지난달 1일 임기를 시작하면서 올해 교섭이 늦춰졌다. 

    노조는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약 1694만원)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별도요구안으로 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 등 공장별 발전방안 등을 제시했다. 

    특히 연내 가동중단 예정인 부평2공장을 두고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부평2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스티브 키퍼 제너럴모터스(GM)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부평공장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한국에 새로운 전기차 10종을 출시하지만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계획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