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이후 신용 스프레드 확대장기CP 발행 통한 돌파구도 막혀금융당국 유동성 확대 주문… 카드사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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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10년만에 4%를 넘어서면서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장기 CP(기업어음)나 해외채권 발행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스텝' 단행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부실에 대비해 유동성 확대를 주문하고 있어 이중고에 처해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여전채 3년물(AA+·민평기준) 금리는 4.246%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2.372%) 대비 1.874%포인트(p)나 오른 수치로, 4%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4.517%까지 치솟으며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전채 금리가 4%를 넘어선 것은 2012년 4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기준 여전채 3년물의 신용스프레드는 103.6bp에 달하고 있다. 2020년 유동성 위기 당시 최고점 92bp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됐다는 것은 국고채보다 회사채의 위험성이 높아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0.50%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여전채 시장에서 투자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결국 카드사들은 여전채 발행보다는 투자 수요 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장기 CP 발행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해왔다. CP는 기업의 단기 신용등급이 반영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발행절차가 간편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월별 CP 발행 규모는 1월 9000억원에서 2월 1조3800억원, 3월 2조7350억원, 4월 2조9850억원, 5월 2조5350억원으로 연초 이후 3배 넘게 증가했다. 1분기 카드사들의 만기 1년 이내 CP·전자단기사채 발행액은 38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 늘었다.

    다만 이러한 장기CP 시장도 최근 상황이 좋지만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불확실성으로 자금조달 구조가 과거보다 단기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조달비용 증가분을 여신금리에 즉각적으로 반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최근 카드사의 자금조달 문제를 거론하며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여전업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 당시 여전채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여전채 신규 발행이 사실상 중단됐다"며 "자체적으로 보수적인 상황을 가정해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비상자금 조달계획을 점검해달라"고 요청했다.